“중앙지법에 청구하면 응할 것…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건 내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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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해 “기소를 하거나 구속 영장을 청구하라. 그러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고 8일 밝혔다. 다만 “(공수처의) 관할이 없는 서부지법에 영장 청구되면 수용할 수 없다”며 “분명 공수처의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면 재판 절차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와 대통령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문제를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은 이날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더 이상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공무원이 희생하는 것을 볼 수 없어 법원에서 진행되는 절차에는 응하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더 이상 공무원들 고생하게 만들지 말고 다른 방안을 찾으라”며 체포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재판 결과(체포 영장)에 대해선 일단 승복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근본 동인”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받은 체포 영장이 적법하다는 취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법원이 두 차례나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공수처와 경찰이 강제 집행을 거듭 시사하자,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런 안을 제시한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불법 수사에 응하면 나쁜 선례 될 우려”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대통령은 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데, 불법적인 수사나 사법 절차에 응하는 것은 나쁜 선례와 나쁜 역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 시도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이어 “전 국민 투표로 선출된 최고 대의 기관인 대통령을 불법을 자행하면서 체포하려는 것이 바로 내란”이라면서 “경찰 특공대나 기동대를 동원하는 것도 반란, 내란”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적법 절차에 따라 발부된 체포 영장에 따라 시한 내에 집행하는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한 관계자는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중앙지법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하는 게 오히려 ‘법원 쇼핑’ 아니냐”며 “(윤 대통령 측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시한이 연장되면서 공수처와 경찰은 2차 집행을 준비 중이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오는 10일 3차 출석 요구한 상태다. 이날도 박 처장이 불응한다면 체포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 처장 등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작되면 윤 대통령 체포를 막는 경호처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 시도에 대해 “유명 정치인들이 조사받으면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 피의자 조사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강제로 체포해 조사하더라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윤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대해 “윤 대통령의 출석이 필요할 경우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내란죄 철회’ 부분 등 ‘게임의 룰’이라 할 수 있는 증거 법칙 문제, 기일 일괄 지정 문제 등이 혼란스럽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이 먼저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체포 영장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고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낸 가처분 신청은)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모두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고, 변론기일 일괄 지정에 대해선 “재판부 결정 사항”이라고 했다.
한편 윤 변호사는 이날 오전 공수처를 방문해 선임계를 내겠다며 수사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민원실에 선임계를 맡길 수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선임계를 먼저 낸 다음에 면담 얘기를 하자고 한 것”이라면서 “신임 검사 면접 일정이 있어서 면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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