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이라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단순 제조업 분야를 넘어 농업, 물류, 조선, 건설, 간병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력을 대체하게 된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해외산 휴머노이드들에 의해 국내 노동력이 대체되고 시장이 잠식되면 그들이 이끌어 가는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휴머노이드 개발이 주권을 지키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한국도 적극적으로 육성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이로봇은 '로봇천재' 공학자로 유명한 한재권 한양대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국내 로봇기업 로보티즈에서 한재권 교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 엄윤설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설립 초기에는 휴머노이드의 시장성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았던 때라 에이로봇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옵티머스2'를 공개한 이후 에이로봇에 대한 주목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를 통해 에이로봇은 창업 6년 만인 지난 5월 하나벤처스, SGC파트너스, 가우스캐피탈매니지먼트 등에서 35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설립 당시 엔젤투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투자유치이자 초기 투자 라운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급속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 없다는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엄 대표는 "창업 초기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겠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어려운 거 한다'며 반응이 시큰둥했으나 지금은 확 달라졌다"고 전했다.
━
앨리스 4세대, 2028년 상용화…제조현장 투입 목표
━
/그래픽=이지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이로봇은 고객을 환영하는 웰컴로봇 '에이블'(ABLE)과 '제미니'(Gemini), 휴머노이드 '앨리스'(ALICE) 등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토종 휴머노이드 기업으로서의 명맥을 지켜왔다.
특히 앨리스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휴머노이드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설계·제작됐다. 다양한 환경에서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손을 이용해 물체를 조작하는 임피던스 컨트롤, 비전 인식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살피고 판단하는 온디바이스AI를 갖췄다.
앨리스는 매년 '로보컵'(RoboCup)에 참가하며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로보컵은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팀을 상대로 로봇팀이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로봇 축구 대회다. 에이로봇의 앨리스 3세대는 2022~2023년 로보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앨리스 4세대의 경우 2028년 제조 현장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앨리스 4세대에는 고자유도 로봇 암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 손이 적용돼 인간의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인식, 이족보행과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휴머노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 엄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범용으로 쓰이려면 인간의 언어와 비언어적 명령을 받아 인간이 원하는 행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중국산 저가 공세 경계…"한국도 적극적 육성 필요"
━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가 공개한 2000만원대 제품 'G1' /사진=유니트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엄 대표는 전세계적인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서 특히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중국이 기술 굴기를 하겠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막대한 자본을 들여 휴머노이드 산업을 육성했고 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테슬라, 피규어, 애질리티로보틱스와 같은 미국의 휴머노이드 기업들을 많이 주목하고 있는데 지금 가장 두려운 상대는 중국의 유니트리"라며 "중국산 저가 공세라는 큰 흐름은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똑같이 해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대부분 판매가가 1억원대로 예상되지만, 중국 유니트리는 지난 8월 불과 2000만원대의 가성비 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에이로봇의 앨리스 4세대는 판매가 5000만원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그는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몇 년 걸리든 꾸준히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5년 정권이라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책이 바뀌게 된다.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양한 기반 기술 확보…"中 가격 경쟁서 우위 차지"
━
에이로봇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로봇의 하체를 구동하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다. 리니어 액추에이터 방식으로 휴머노이드의 하체를 구동하는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2022년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에이로봇은 옵티머스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휴머노이드용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개발해왔다. 엄 대표는 "우리는 약 3년간의 연구 끝에 리니어 액추에이터 개발에 성공했으며, 200~400W급 라인업을 갖추고 앨리스 4세대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400W급 제품의 경우 30kg의 덤벨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갖췄다. 엄 대표는 "1개의 다리에 다수의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탑재하게 된다. 이를 통해 로봇이 단순히 걷는 것을 넘어 뛰어다닐 때의 힘(무게와 가속도 등)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로봇은 리니어 액추에이터부터 시작해 휴머노이드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기술들을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일상 속 휴머노이드 실현하는 HRI 전문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이로봇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가정에서 휴머노이드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목적의 로봇이 아닌,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다방면에서 사용 가능한 범용 로봇을 만든다는 비전이다.
휴머노이드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려면 단순히 기술적 고도화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 심미적 요소를 비롯해 위화감 없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엄 대표의 경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엄 대표는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에서 파인아트(Fine Art)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다년간 로봇 디자이너와 HRI(인간로봇상호작용)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냉장고든 세탁기든 자동차든 어떤 영역이든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일어난다"며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아이폰과 갤럭시는 기능적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UX(사용자 환경) 관점에서 HRI의 싸움"이라고 했다.
엄 대표는 "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솔루션이 휴머노이드"라며 "휴머노이드를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인류의 번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