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 뉴욕연방법원 재판 전 협의 출석
美검찰 "자료 방대… 검토 시간 필요해"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 권도형(왼쪽 두 번째)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포드고리차=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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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인터폴 수배 상태에 있다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뒤 최근 미국에 인도된 권도형(34)씨의 형사재판이 내년 1월에야 시작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가상화폐 전문 언론매체 DL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전날 테라폼랩스 창업자 권씨 사건의 첫 재판 전 협의에서 본재판 개시 날짜를 내년 1월 26일로 잠정 결정했다. 본재판은 4~8주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오는 3월 6일 2차 재판 전 협의를 열고 증거개시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 전 협의는 판사 주도하에 검찰과 피고인 측이 본재판에서 다툴 쟁점을 정리하고 재판 일정을 정하는 절차다.

권씨의 미국 법정 출석은 지난 2일 기소인부 심리(피고인이 유무죄 입장을 밝히는 것)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그는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인도된 권씨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의 연방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미국 검찰은 사건 증거자료의 용량이 몇 테라바이트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고, 권씨 신병 인도 과정에서 추가 증거물을 확보했다는 점을 근거로 "본재판 개시 전까지 충분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를 수용해 본재판 개시일로 내년 1월 26일을 잠정 결정하면서도 "재판 개시 전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권씨의 변호인은 이날 "(9개의) 범죄혐의 가운데 증권사기, 상품사기, 통신망 이용 사기 등 3건은 정확히 똑같은 사안"이라며 "이들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사례를 언급하며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가치는 증권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지닌다. 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권씨가 받는 혐의는 증권사기·상품사기, 통신망 이용 사기, 사기 음모, 시장 조작 음모, 자금세탁 공모 등 총 9개다. 미국 법무부는 이들 모두 유죄로 인정되고 각각 최고 형량이 선고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권씨에겐 최대 징역 130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