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반감 커지는 그린란드…"강대국과 협력해야"
"복지 사라지나…미국-덴마크 사이 '졸' 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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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에 눈독을 들이면서 그린란드 주민들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덴마크에 대한 반감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동조하는 여론과 대체로 평화롭던 그린란드가 지정학적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를 통제하기 위해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해 주민들과 만나며 "아버지가 안부 인사를 전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덴마크는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이 매입하겠다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사진은 그린란드 수도 누크 공항에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모자를 쓰고 트럼프 주니어를 기다리는 주민들. 2025.01.07/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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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때아닌 그린란드 매입 야욕에 그린란드 주민들 사이에선 환영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주민 옌스 오스터만은 로이터에 "그린란드는 모든 것을 갖춘 (자원이) 풍족한 나라다"라며 "이때문에 우리는 강대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현지 언론 세르미치악은 전날 누크 주민들이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모자를 쓰고 트럼프 주니어의 방문을 환영하며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주민 말로 라이머는 "덴마크가 우리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안다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고 세르미치악에 전했다.
NYT는 그린란드가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차별로 덴마크에 대한 큰 반감을 갖고 있는 점과 덴마크 당국이 저지른 부정행위가 최근 몇 년 새 뒤늦게 드러나면서 그린란드 내 독립 지지 여론이 높아진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짚었다.
1960~1970년대 덴마크 정부가 산아제한을 명분으로 본인 동의 없이 그린란드 여성들에게 자궁 내 피임장치(IUD)를 삽입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저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린란드 주민들이 미국 편입을 원할 때 덴마크가 방해하면 고율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5.01.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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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열망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많다.
주민 닐스 닐슨은 로이터에 "(트럼프가) 우리를 무력으로 점령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며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라디오 PD 크리스티안 제페센은 NYT에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의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그린란드는 그냥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편입 시 복지 정책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도 감지된다.
간호사 아비아아자 샌드그랜은 "우린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서비스, 교육 보조금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라며 "미국에는 그런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의회에서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두 명의 의원 중 한 명인 아자 켐니츠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린란드 내 독립운동을 부추길 수 있다며 "우리가 미국과 덴마크 간의 경쟁에서 '졸'이 될 위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덴마크 영토에 속한 인구 5만7000명의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광물자원, 석유, 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는 유럽과 북미로 이어지는 최단 경로에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미국의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 등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피투피크 공군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해빙이 녹으며 북극항로 개척도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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