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달말 미래등기시스템 도입
"설정 방식 온라인 또는 오프로 통일"
매수·매도인 절차 다르면 은행 방문

미래등기시스템 도입 전후 비대면 주담대 과정 예시/그래픽=윤선정

이달말부터 집을 살 때 '비대면' 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법원이 도입하는 '미래등기시스템'에 따라 소유권이전과 근저당설정 등기 절차가 바뀌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지난 몇 년간 쌓아둔 100% 비대면 주담대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1일 이후 잔금을 치를 예정인 구입자금 주담대의 비대면 취급이 막힌다. 5대 대형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이미 국민은행은 오는 30일 이후 잔금 주담대, 농협은행은 오는 31일 이후 잔금 주담대, 그리고 우리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취급 전체를 닫아둔 상태다.

비대면 주담대가 불가능해진 것은 오는 31일부터 법원이 도입하는 미래등기시스템 때문이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비대면 주담대 과정에서 필요한 소유권이전과 근저당설정 등기를 공동인증서를 통한 전자 서명(온라인 전자등기) 혹은 서면으로 인감도장(오프라인 등기) 중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해야 한다.

현재까지 비대면 주담대는 매도인과 매수인(차주)의 합의에 따라 잔금을 치른 뒤 법무사의 도움 아래 오프라인 방식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고 근저당 등기만 전자등기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매수인은 은행 앱에서 대출서류를 작성할 때 전자서명을 이미 거쳤기 때문에 은행에 갈 일이 없었다.

제도가 도입되면 비대면으로 주담대를 받으려면 매수인과 은행이 근저당을 전자등기로 하기 때문에 매도인과 매수인 양측도 소유권 이전을 전자등기로 해야 한다. 하지만 매도인 입장에서는 전자등기를 할 유인이 없다. 실례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 도입된지 만 10년째이나 전체 부동산 계약의 5%에 불과하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모두 오프라인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매도인이 소유권 오프라인 등기를 고집하면 근저당 등기도 오프라인 등기를 해야 한다. 매수인이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했음에도 은행을 방문해 은행원의 설명을 듣고 근저당 등기 서류에 인감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대면 주담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우리·농협은행이 비대면 주담대를 막은 이유도 제도가 현재 안대로 도입되면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한 차주 대부분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혼란이 생긴다.

5대 은행 가운데 비대면 주담대를 막고 있지 않은 하나은행은 오는 31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는 비대면 주담대 고객에게 '매도인이 전자서명을 해야 하며 매도인이 전자서명이나 업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지점에 내점해야 한다'고 안내중이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오는 31일 이후 잔금을 치르는 일부 주담대의 경우 비대면 취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사내 공문 및 홈페이지와 앱 등에 게시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도인이 공동인증서를 받고 전자서명하는 전자등기 절차에 응할 리 없고 금융사와 매수인이 매도인을 강제할 방안도 없다"며 "매수인이 은행을 방문해야 할텐데 이는 지난 몇 년간 쌓아둔 100% 비대면 주담대 시스템이 무너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 미래등기시스템 도입 대응 상황/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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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usone@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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