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모건 “경제 피해 약 73조원…보험사 부담금은 29조원 추산”
민간 보험사들, 수년간 캘리포니아서 보장 축소…피해 복구 막막
남은 건 정부 보험뿐…‘벼랑 끝’ 美 서부 보험 시장 중대 위기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LA 서부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펠리세이즈에서 불꽃을 동반한 강풍이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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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9일(현지시간)로 사흘째 계속되면서 보험업계에 더욱 큰 손실을 초래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LA 카운티의 산불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현재까지 500억달러(약 7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는 추산치를 내놨다. 나아가 대형 산불로 인한 보험사의 부담금을 100억달러에서 두 배 규모인 200억달러로 예측했다.
JP모건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화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 예상치가 전날보다 두 배 이상 높아져 500억달러에 가까워졌다”며 “화재를 진압하지 못으면 보험사의 부담금이 200억달러를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글로벌 신용평가무디스의 신용평가사는 “산불 피해 지역의 주택과 사업체를 고려할 때 보험 손실이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도 이번 산불로 8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의 보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서부의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한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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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카운티에선 이날 오전 9시 기준 5건의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큰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이 여전히 진압률 0%를 기록하고 있다고 소방당국이 밝혔다. 전날 밤 1만5832에이커(64㎢) 수준이던 이 산불의 면적은 이날 오전 9시58분 기준 1만7234에이커(70㎢)로 더 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LA 카운티 전역에서 현재 17만9783명에게 대피령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대피령이 떨어진 지역의 인구는 전날 밤의 약 15만5000명에서 이날 2만5000명가량 더 늘었으며, 언제든 집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대피 경고’ 대상 주민은 현재 20만명에 달한다고 LA 보안관은 전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퍼시픽 팰리세이즈 구역의 주택들이 화재로 전소된 모습.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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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이 최근 수년간 LA 등 지역에서 보험 규모마저 줄여온 나머지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민간 보험사들은 이번 산불이 발생하기 전부터 최근 수년간 급증한 화재에 따른 비용 부담 탓에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아왔다고 전했다.
JP모건은 고가의 주택에 화재 보장 계약을 맺은 보험사들이 높은 부담금에 직면해 있으며, 대표적으로 올스테이트, 트래블러스, 처브 등이 있다고 했다. 특히 미 손해보험사인 처브그룹은 순자산 가치가 높은 부동산에 계약을 맺어왔다고 JP모건은 전했다.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민간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 제너럴’은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있는 주택 및 아파트 7만2000채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이번 LA 산불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 주택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화재로 산타로사시의 한 주택이 파괴된 모습.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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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보험사들로부터 거부 당한 주택 소유자들은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인 ‘페어 플랜’(FAIR Plan)에 몰리면서 가입자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페어 플랜은 민간 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 범위는 적지만, 민간 보험을 찾지 못한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9월 기준 페어 플랜 가입 액수는 전년 대비 61%가 늘었다. 이번 화재 피해가 집중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선 해당 보험의 가입 건수가 2024년에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85%가 급증했다.
그러나 주 정부 보험의 재원과 시스템, 인력이 이번 LA 화재 피해를 보전할 만큼 충분한 지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페어 플랜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잉여 현금은 2억달러(약 2912억원)이며, 페어 플랜이 가입한 재보험 액수는 25억달러(약 3조6410억원)이다.
스탠퍼드대의 마이클 와라 기후 및 에너지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주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은 이번 산불로 인해 발생할 보험금 청구를 감당할 수 있는 보험 감정사와 인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페어 플랜 측은 성명을 내고 “(LA 산불 피해) 보험금 청구가 이제 막 제출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페어 플랜은 보장된 모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보험을 포함해 지급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도심 위로 짙은 연기가 드리워져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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