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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기자수첩]허영인 회장의 미국행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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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식 참석 위해

법원에 출장허가 신청

공황장애 선택적 발병 비판

아시아경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8일 법원에 해외출장허가신청서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앞서 허 회장은 지난해 4월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지만,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당시 법원은 허 회장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출국하거나 3일 이상 여행하는 경우 미리 신고해 허가받도록 명령했다.

허 회장은 한미친선협회의 추천을 받아 이번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 등 국정 공백이 이어지면서 기업인의 한미 가교 역할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국익적 성격도 띤다. 다만 수사 과정부터 보석 허가까지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면 허 회장의 이번 미국행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허 회장은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검찰의 연이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체포됐다. 당시 SPC그룹은 언론에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같이 유감을 표했다.

"허 회장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해외 업무 수행도 불가능해져 국내에서 어렵게 잡은 협약식 일정이 있었다. 건강 상태 호전 후 출석하겠다고 소명도 했으나 검찰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법원에 보석 신청을 할 때도 공황장애를 이유로 들었다. "75세 고령에 공항장애까지 악화됐으니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허 회장은 법원이 보석 신청을 인용하자, 석 달 뒤인 지난해 12월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일본업체와 제빵기술 협의를 위한 일정이었다고 한다. 공황장애로 해외 업무 수행이나 구속 재판이 불가능하다던 그가 보석 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공황장애가 '선택적 발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의 미국행에 대한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허 회장의 이번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위한 출장길이 유죄가 인정될 경우 감형을 받기 위한 소송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번 출장이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행보인 만큼 형량에 참작해 달라'고 변론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기업인이 이 같은 전략으로 감형을 받은 사례를 우리는 수차례 목격했다. 하지만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감형받는 것은 일반 시민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재벌 총수 등에 대한 특혜, 유전무죄라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컸던 이유다. SPC 관계자는 "허 회장이 출장은 경제 발전 기여를 이유로 선처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 같은 해명이 지켜질지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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