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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트럼프 장남 그린란드 방문 당시 환대는 연출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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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의회 피팔뤼크 링게 의원의 일침

"알래스카 원주민 처우부터 '위대하게' 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이자 미국 차기 행정부 실세인 트럼프 주니어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방문 당시 상황이 “연출됐다”는 주장이 그린란드 정치인에 의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피팔뤼크 링게 의원은 이날 “마치 그린란드인들이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상황이) 모두 연출됐다”고 비판했다. 링게 의원은 방문 당시 트럼프 주니어 일행을 ‘전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주민들이 호기심을 보였으나 일부는 공항에서 그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채 사진을 찍었다. 페이스북에 ‘양키여 돌아가라’라고 적은 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왼쪽 두 번째)가 7일 그린란드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누크=AFP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 측은 방문 당일 일부 주민들에게 ‘마가’(MAGA)가 적힌 모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링게 의원은 무테 에게데 총리가 이끄는 독립을 지지하는 집권당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IA) 소속이다. 그린란드 의회 외교안보정책위원장도 맡고 있다.

링게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우리는 그들(미국)이 알래스카에 사는 이누이트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우리를 침공하려 하기 전에 그들의 처우부터 ‘위대하게’ 만들어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린란드는 미국 알래스카주에도 상당수가 살고 있는 이누이트족이 인구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링케 의원은 미국 내 이누이트족의 삶을 언급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진심’을 믿을 수 없다고 항변한 것이다. 러시아령이었다가 1959년 미국에 편입된 알래스카 내 원주민들은 미국에서 수명이 가장 짧고 높은 자살률 및 알코올 중독 비중을 포함해 광범위한 경제·교육·건강 격차에 직면해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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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MAGA 모자를 쓴 그린란드 주민들이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호텔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린란드 현지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런 그린란드 주민들의 환대가 ‘연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누크=EPA연합뉴스


트럼프 주니어 측은 링게 의원의 비판이 ‘말도 안 된다’며 부인했다. 그의 대변인은 방문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비판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달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연일 그린란드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매입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는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고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 전세계적으로 파문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원하면 독립은 가능하지만 ‘미국 땅이 될 일은 없다’고 경계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됐다. 다만,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2009년 덴마크와 합의로 제정된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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