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한 건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진과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는 문구가 쓰인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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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가자지구 휴전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스라엘 정부가 15일(현지시간) 마침내 휴전에 합의한 데는 미국의 현 권력과 차기 권력의 동시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강한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 열리는 자신의 취임식 이전 휴전협상을 타결하라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휴전협상은 브렛 맥커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등 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지난 수개월간 조율하고 주도해 왔으나, 이스라엘 정부를 설득하고 교착 상태를 진전시키는 데는 트럼프 당선인 측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도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정부 중동 특사로 지명한 스티브 위트코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듭 거부해온 휴전 계획을 수용하도록 거세게 압박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위트코프 특사는 방문 전날 전화로 방문 계획을 일방 통보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총리실 보좌관들이 방문일이 유대 안식일이라는 점을 거론했으나 위트코프는 안식일은 상관없다며 짜증을 냈고, 결국 이스라엘 정부 관행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안식일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날의 회담 이후 휴전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회담 직후 네타냐후 총리실은 협상이 진행 중인 카타르 도하에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인 모사드·신베트 수장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고, 이는 곧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위트코프 특사도 곧바로 도하로 건너가 바이든 정부 인사들과 함께 중재국들의 밤샘 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중재국들이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발 빠르게 휴전 소식을 전하며 “이 굉장한 휴전 합의는 오로지 우리의 역사적인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휴전을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정부보다 이스라엘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기다리며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취임식 전 협상을 빨리 끝내라는 트럼프 당선인 측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끈끈한 밀착을 과시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2기 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휴전이라는 성과를 일종의 ‘취임 선물’로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합의 발표 후 지난 1년 내내 휴전을 위해 노력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말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는 등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다각도로 압박해 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서는 ‘무기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스라엘을 밀어붙였으나, 결국 협상 막판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지난해 10월 휴전은 재차 무산됐다.
이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고, 그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2개의 전쟁’을 모두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하마스를 향해선 자신의 취임식 이전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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