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전문가 "안전수칙 세우고 상벌제도 고려해야"
'공동안전관리자' 활성화 필요…"근본적으론 법 개정해야"
서울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으로, 여야가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2024년 1월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현장)으로 확대 시행됐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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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형준 이민주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이 적용된 지 1년.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중처법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미 중처법이 시행이 되고 있는 만큼 안전 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자구적인 노력도 수반돼야 할 때라는 조언을 전했다.
다만 근로자의 안전을 지킨다는 중처법의 취지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근본적으로는 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7일 충남 소재 금속제조기업 대표 양 모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며 "설비나 인력 등을 보강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경기가 어려워 먹고 살기도 급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만 법 적용이 이미 시작된 만큼 기업들도 자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기업 차원에서도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안전 수칙을 철저히 세우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원들이 안전 수칙을 실제로 지키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안 지켜졌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 조치도 필요하다"며 "잘 지키는 근로자에게는 인센티브를 고려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서 전시 관계자들이 안전모를 살펴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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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도 자금도 부족한 中企…'공동안전관리자' 필요성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비용 부담으로 안전 관리 인력을 선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만큼 업종별 공동안전관리자를 선임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처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관리자 20인 이상 제조업이나 임업 등 5개 업종은 안전·보건 관리 담당자를 별도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은 법 확대 적용 이후 2024년 5월부터 고용노동부의 사업을 통해 공동안전관리자 8명을 선임해 회원사를 지원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자부담은 없다.
이어 "오랜 세월 파트너로 일한 협동조합에서 안전관리자를 파견하다 보니 기업들도 안전 관리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조치에 대한 요구사항도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회원사들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법안 유예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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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방향 '법 개정'…"中企 여력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근로자의 안전과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처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오히려 (법을 지키기 위해) 여러 서류 작업 등에 치중하며 산재 예방에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중처법과 많은 부분이 중복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정비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의 취지를 고려해 중처법을 존치하되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기업 규모별로 적용하는 의무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명로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중처법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다르다"며 "기업 규모에 따라 (안전관리 관련) 의무를 차등화하고 처벌 수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법 1년] 연재순서
<上>중소기업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中>"유예 시급한데"…법 개정 올스톱에 답답한 中企
<下>'탓'만 할 순 없다…中企 현실적 대응 방안은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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