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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피해 유족, 日기업에 직접 배상금 받는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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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심금 인정 첫 판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채권’ 형태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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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951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18일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정창희씨의 유족 6명이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 회사의 손자 회사인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엠에이치파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엠에이치파워가 미쓰비시중공업에 IT 서비스 수수료 명목으로 갚아야 할 돈 8360여 만원을, 미쓰비시가 아닌 정씨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정 상속 비율을 고려해 배우자 오태근씨는 1930여 만원을, 자식 5명은 각 1280여 만원을 지급받을 권리를 인정했다.

정씨는 해방 직전인 1944년 일본 정부에 의해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조선소에 끌려가 강제 노동을 했다며 지난 2000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3월 정씨가 사망하자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갔다. 정씨를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고, 일본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를 확보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후에도 일본 기업이 위자료 지급을 거부해 피해자들은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2023년 3월 ‘제3자 변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본 기업 대신 국내 기업들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모금한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변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씨 유족들은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일본 기업으로부터 직접 배상금을 받아내겠다며 이 소송을 낸 것이다. 당초 정씨와 함께 이 소송을 제기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석씨는 작년 10월 제3자 변제를 수용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직접 주라고 법원이 판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사례는 작년 2월 일본 기업 히타치조센의 공탁금 6000만원을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희열씨 유족들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당시 이씨 유족들은 히타치조센이 소송 중 강제 집행당하지 않기 위해 법원의 공탁한 돈을 손해배상금으로 수령했다.

대법원에서 이날 판결이 확정되면 ‘추심’을 통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정씨 유족들의 소송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유족들의 의사를 묻고 이르면 3월 중에 가집행을 통해 배상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긴 시간이 걸렸지만 추심금 소송을 통해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귀중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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