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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獨 보수연합, 3년 만에 정권탈환… 극우정당 AfD 2위 약진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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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의회 총선거

    기민·기사연합, 28.6% 득표 1위

    사민당과 좌우 대연정 무게 실려

    트럼프 “獨·美에 굉장한 날” 축하

    나치 옹호 등 물의 일으킨 AfD

    메르츠 ‘난민정책’ 동의 유일정당

    보수대연정 가능성도 열려 있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집권 사회민주당(SPD·중도좌파)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3년여 만에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일보

    독일 연방의회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트라세 기차역 광장에 극우정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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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 정당투표에서 CDU·CSU 연합이 2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어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0.8%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연출했다. SPD는 16.4를 얻는 데 그쳐 제3당으로 전락했다. SPD의 현 연립정부 파트너 녹색당은 11.6, 막판 돌풍을 일으킨 좌파당은 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독일은 선거법상 정당투표 득표율이 5를 넘거나 지역구 299곳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내야 의석을 배분받는다. 이로써 전체 630석 가운데 CDU·CSU 연합이 208석, AfD 152석, SPD 120석, 녹색당 85석, 좌파당 64석을 잠정 확보했다.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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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에서도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거세게 부는 보수 바람이 재확인됐다. CDU·CSU 연합은 선거기간 동안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고 이민자를 국경에서 바로 돌려보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AfD는 아예 난민의 ‘재이주’를 구호로 내걸고 국경 완전 폐쇄와 망명 절차 강화, 유럽연합(EU) 난민협정 거부 등을 약속했다. 여기에 난민 추방을 위한 구금시설을 설치하고 독일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거부하는 나라에는 경제 제재와 함께 개발 지원을 끊겠다는 공약도 제시해 2021년 총선 때 받은 정당득표율인 10.4%보다 두 배 가까운 득표를 받는 데 성공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몇 달 동안 발생한 범죄로 인해 망명정책이 부각됐다”고 짚었다. 선거를 앞두고 독일 내에서 난민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반이민 정서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2023~24년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최악의 경제 불황도 유권자들이 보수에 표를 주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CDU·CSU 연합은 이번에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보조금 삭감, 규제완화, 투자 촉진 등 보수 성향의 경제 공약을 대규모로 내놨다.

    세계일보

    “해냈다” 독일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예측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주먹을 움켜쥐고 베를린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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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강경한 이민자 관리와 감세 정책 등 유사한 의제를 선택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날 결과와 관련해 “독일과 미국에 굉장한 날”이라고 적으며 보수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제 관심은 독일 연방정부 구성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로 향한다. 메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세상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부활절인 4월20일까지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현재로는 CDU·CSU 연합과 SPD의 좌우합작 대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나치 옹호 발언 등 여러 물의를 일으킨 AfD와의 연정은 CDU·CSU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정당 의석을 합하면 328석으로 재적 과반선(315석)을 넘긴다.

    다만, 메르츠 대표가 금기를 깨고 AfD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정당들은 AfD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연정 구성을 비롯한 모든 협력을 거부해왔지만 메르츠 대표는 지난달 AfD와 협력해 난민정책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는 당시 극우 정당에 대한 ‘방화벽’을 깼다는 정치권의 비판에도 “나는 왼쪽도 오른쪽도 보지 않는다. 이 문제에서는 앞만 본다”며 앞으로도 난민정책을 놓고 AfD와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영국 BBC방송은 “메르츠 대표가 기꺼이 도박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당내 라이벌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중도 성향과 분명한 결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민문제를 키워드로 CDU·CSU연합이 ‘우클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긴축재정, 사회복지 축소 등을 놓고 부딪칠 수 있는 SPD보다 AfD가 더 편한 연정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메르츠 대표가 지난 22일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이민정책을 바꿀 준비가 안 된 정당과는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발언했는데 그의 초강경 난민정책에 동의하는 정당은 AfD가 유일하다는 점도 ‘보수 대연정’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 역시 “우리는 CDU와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치적 변화도 불가능하다”며 연정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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