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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국악 한마당

    국악과 창극,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보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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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원·창극단 같은 이름 공연, 이달 13일부터

    궁중음악 새롭게 편성, AI로 노랫말도 지어

    수양대군 소재 창작극…배삼식 각본·한승석 음악

    경향신문

    국립국악원은 정악단은 오는 13~14일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를 국악원 예악당에서 연다.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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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허자(步虛子)’라는 이름을 단 공연이 이달 국립국악원과 국립창극단에서 열린다. 전통의 궁중음악을 두 기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담아 현시대상에 걸맞게 풀어냈다.

    국악사전에 따르면 보허자는 고려시대, 중국의 송나라에서 들어온 사악으로부터 유래한 궁중음악이다. 한자를 직역하면 ‘허공을 걷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신선이 자신보다 높은 경지에 있는 상선을 알현하며 불로장생 등을 비는 내용이었던 것이, 국내로 넘어오며 신하가 임금에게 무병장수와 태평성대 등을 축원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고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왕이 행차에 나섰다 돌아와 연주하는 연례악의 하나로 연주됐다.

    국립국악원은 정악단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를 오는 13~14일 양일간 국악원 예악당에서 연다. 정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왕의 행차 중 연주하는 ‘행악’과 보허자를 함께 선보인다. 보허자는 통상 1장과 2장에만 창사(노랫말)가 붙었다. 3장에는 창사가 없었지만, 이번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노랫말을 지었다. 여러편의 한시를 남긴 효명세자의 한시 350편을 기본으로 학습 시킨 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한시 100여 편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3장 노랫말을 창조했다. 전통에 충실한 연주을 보여준 정악단의 새로운 시도다.

    경향신문

    국립국악원은 정악단은 오는 13~14일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를 국악원 예악당에서 연다.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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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망기차원(천하가 서로 바로 보며 이를 기원하리라), 제단봉헌지영속(제단에 올리는 정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왕은달어태평성세(왕(국민의)의 은혜는 태평성세에 달리리라).’ AI가 창사한 3장 가사 중 일부다. 국악원은 현시대에 걸맞게 왕에 대한 불로장생처럼 개인에 대한 축원보다는 나라의 전반적인 안정을 바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충한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공연을 보다보면 우리가 바라는 군주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행악 중 하나인 취타는 주로 관악기와 타악기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월금과 향비파 등 현악기를 편성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음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작은 징을 나무틀에 매달고 채로 쳐 연주하는 ‘운라’도 취타와 대취타 두곡에 모두 편성했다.

    국립창극단도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창작 창극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조선 7대 왕인 세조(수양대군)와 안평대군(세종의 셋째 아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국악원과 같이 궁중음악에서 제목을 따왔으나 뜻은 다르다. 작품의 보허자는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동경하나 그와 다르게 현실에 얽매여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거니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계유정난 27년 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안평의 딸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무심’이 변방의 오랜 노비 생활을 마치고 옛집 수성궁터에 도착해 안평의 첩이어던 ‘대어향’과 이름모를 ‘나그네(안평)’ 그리고 나그네의 눈에만 보이는 ‘혼령(수양)’과 조우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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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창극단 <보허자: 허공을 걷는자>에서 수양과 안평역을 맡은 배우 이광복(왼), 김준수.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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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창극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사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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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본에 배삼식, 작창 및 음악 감독에 한승석 등 연출진이 화려하다. 동아연극상,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받으며 연극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정 연출가의 첫 창극 연출작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배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진흙탕같은 현실과 몸은 흩어져서 흔적도 없지만, 봄날 안평이 꾸었던 꿈은 지금까지 남아잇구나’ 이같은 아이러니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며 “나풀나풀 신선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 등을 담았다”고 말했다.

    내용은 사뭇 다르지만 궁중음악 보허자와의 연결성은 음악에 담겼다. 작품에 참여한 장서윤 작곡가는 “왕가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운라 등 궁중 음악서 쓰는 악기도 사용하고, 보허자에 있는 주 멜로디를 활용해 음악을 구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그네(안평)역은 ‘국악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가 혼령(수양)역은 이광복이, 무심 역에 민은경, 대어향 역에 김미진, 안견 역에 유태평양이 참여한다. 도창은 김금미가 맡는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국악원과 같은 이름으로 공연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전통음악을 하나씩 꺼내서 어떻게 대중과 만나는가, 어떻게 잘 놀고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전통적인 소재를 찾다 보면 여러 가지가 다 맞닿을 수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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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악원은 정악단은 오는 13~14일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를 국악원 예악당에서 연다.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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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창극단이 창작 창극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를 이달 13~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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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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