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쌀 전문점. 산지와 품종의 특징이 자세히 설명돼있다. /에노모토 야스타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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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당 중에는 메뉴판이나 벽에 쌀 품종명을 표시하는 곳이 종종 있다. 단순히 ‘국내산 쌀’이 아니라 어느 지방, 어느 품종인지 상세히 적혀 있다. 일본에는 쌀 약 300종이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식당에선 “우리는 좋은 품종의 쌀을 사용한다”고 내세우는 것이다. 요리와 잘 어울리는 품종을 고르거나, 셰프가 자부심을 갖고 고향의 쌀을 쓰기도 한다. 쌀에 진심인 일본인 소비자도 어느 품종을 사용하는지 관심이 높은 편이다.
지난달 28일, 일본곡물검정협회는 ‘2024년산 쌀 식미 랭킹’을 발표했다. 양질의 쌀 개발과 소비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1971년부터 일본 전국의 쌀 품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년에 수확한 쌀을 5단계(특A·A·A’·B·B’) 등급으로 나눈다. 도도부현(한국의 광역지자체에 해당) 47곳이 각 지역 농가와 협력해 품종 개발,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엔 애향심이 강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쌀 랭킹 결과가 발표되면 “우리 고향의 쌀이 최고 평가를 얻었다!”거나, “작년보다 떨어져 버렸네…”라며 희비가 엇갈린다. 고평가를 받으면 각 지방 방송국이나 지역지에서 크게 보도되고, 전국 방송에서도 랭킹을 소개한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쌀을 살 때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쌀 랭킹을 고려하며 맛을 보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최고급 쌀로 알려진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가 2018년 사상 처음으로 특A에서 A 등급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의 특A 신화가 무너졌다!”며 전국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다행히 다음 해 다시 특A 자리를 되찾아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최고 등급을 자주 받은 ‘기누무스메(きぬむすめ)’ 품종은 더운 기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개발된 품종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졌고, 일본에서 인기 높은 고시히카리는 한랭지에서 재배되지만, 기누무스메는 고시히카리와 찰기가 강한 식감이 비슷하면서 더운 곳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품종을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혹시 일본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된다면, 쌀 품종을 확인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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