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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회수 기간 6년…매각 실패한 '아픈 손가락'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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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포트폴리오 점검]②

2019년 이전 투자해 엑시트 못한 기업 10곳

문어발식 투자로 전문성 부족 비난 피하기 힘들어

업황 악화 대응 못하며 강제 '장기 보유' 다수

이 기사는 2025년03월20일 02시2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으로 대주주인 국내 대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20년간 한·중·일 3국에서 활발하게 투자활동을 해오면서 동북아 최대 펀드로 성장했지만,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장기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아픈 손가락’도 있고 평균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간도 6년으로 여타 사모펀드보다 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엑시트 하지 못하고 있는 업종도 유통, 골프장, 금융, 통신 등 다양하다. 사모펀드 특유의 ‘문어발식’ 투자가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업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떨어지다 보니 업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비자발적으로 장기 보유하게 되면서 근본적인 문제 개선보다 단기 성과 내기에 급급해진다는 것이다. MBK가 투자하고 현재까지 6년 이상 엑시트를 하지 못한 ‘아픈 손가락’ 중 80%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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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보유 10곳…대부분 한국 기업

19일 이데일리가 MBK파트너스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MBK의 평균 엑시트 기간은 6년으로 현재까지 총 10곳을 6년 이상(2019년 이전 투자) 보유하고 있다. 이 중 8곳이 한국 기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 기업을 장기 보유하고 있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사고 팔아버리는 ‘먹튀’ 행태가 도덕적으로 더욱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자발적으로 포트폴리오에 장기간 보유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받기에 ‘팔리지 않고 있는’ 매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홈플러스 역시 이 경우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원대 가격에 인수했는데 당시에도 고가 인수 논란이 있었다.

인수 자금 중 2조7000억원을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한 점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금융(대출)을 활용하는 방식은 흔한 일이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급변하는 영업 환경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플랫폼이 빠르게 변하고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이를 따라갔지만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에 힘을 주는 방식의 차별화를 택했다. 결국 유통업계가 쿠팡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이자 비용까지 부담으로 더해지며 기업회생 신청이라는 악수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가격으로 7조원을 부를 수 있었던 주된 이유에 홈플러스가 가지고 있었던 부동산이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투자금 회수 전략을 부동산으로 가져간 것만 봐도 경영에 집중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고가 인수 부메랑…아픈 손가락 ‘수두룩’

MBK가 기업을 인수할 때 경쟁사를 앞서기 위한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고가의 인수가를 부르는 것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MBK가 과거 정보기술(IT) 가격비교업체인 다나와(커넥트웨이브)를 인수할 당시에도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21년 다나와 인수전에는 다수 기업이 참여하면서 시장 관심이 높았다. MBK는 역직구 업체인 코리아센터 경영권을 인수하고, 코리아센터를 통해 다나와를 품는데 성공했는데 현재까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다나와 사용자수는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때였다. 실제 코리아센터와 다나와의 합병 법인인 커넥트웨이브는 작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87억6746만원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28억854만원 대비 수익이 반토막나는 등 고전하고 있다.

MBK의 아픈 손가락으로는 지난 2008년 인수한 딜라이브(씨앤엠)도 거론된다. MBK는 호주계 운용사 맥쿼리와 함께 특수목적회사(SPC) 한국유선방송을 세운 뒤 2조2000억원에 딜라이브를 인수했는데 이후 IPTV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MBK는 딜라이브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해야 했다.

홈플러스, 다나와, 딜라이브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인수한 뒤 급변하는 영업 환경을 따라잡지 못해 투자에 실패한 사례다.

이밖에 영화엔지니어링도 MBK의 대표적인 투자실패 사례로 꼽힌다. MBK는 지난 2009년 1000억원을 투자해 철제 구조물 생산 전문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무리한 해외 수주 기조에 따른 운전자금 소진, 원청 기업의 플랜트 사업 수익성 부진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영화엔지니어링은 결국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업종을 동시다발적으로 인수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그 자체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업종별로 필요한 경영 전략, 리스크 관리 방식이 다른 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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