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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국내 1호 핵융합 벤처 "K인공태양 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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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핵융합 스타트업인 '인애이블퓨전'이 첫 사업 수주를 눈앞에 뒀다. 400억원대 계약을 논의 중인데, 협상이 완료되면 국내 최초 핵융합 기술 수출 사례가 된다.

이경수 인애이블퓨전 이사회 의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럽 쪽과 실무협상을 마쳤고 유럽 내부 공고 등을 거쳐 곧 타결될 것"이라며 "한국 핵융합 산업계에 첫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이 회사 실무진이 유럽 현지에서 협상 중으로, 이달 말께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이 의장은 예상했다.

이 회사는 해외 기업들에서 핵융합로 건설을 의뢰받아 설계하고 국내 제조 업체와 연결해주는 '통합 기술 솔루션'을 제공한다. 설계는 물론 고객들에게 제품 제작 수주까지 받아 국내 기업들과 함께 납품하면서 국내 핵융합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포부다. 핵융합 업계 대표 '팹리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인애이블퓨전은 핵융합계 엔비디아로 거듭날 것"이라며 "우리는 고객의 니즈대로 핵융합 관련 설계나 서비스를 제공할 실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핵융합 부품이나 장치 제작 실력은 한국이 최고"라며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12월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것은 물론 공동창업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장,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형 핵융합연구로(KSTAR) 개발을 이끈 이 의장이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 등과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경영 자문을 맡았고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과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이력과 실력 덕에 약 300억원의 투자금도 모았다.

이번 수주는 설립한 지 약 1년 반도 안 돼 이룬 성과다. 이 의장은 이렇게 빨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차원에서 핵융합에 꾸준히 전략적 투자를 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의 개념마저 모호했던 1990년대부터 꾸준히 이 분야에 투자해온 결실이라는 것이다.

이 의장은 "1990년대부터 핵융합 개발에 대한 50개년 개발 계획을 세우고 토대를 마련해왔다"며 "이후 계획들을 실행하며 한국형 핵융합 장치인 KSTAR 설립에 성공했고, 인공태양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ITER에서도 한국이 빠져서 안되는 플레이어로 우뚝 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경쟁력 있는 핵융합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했다. 국내 핵융합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도 기여했다. KSTAR 개발에 참여한 기업만 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70여 곳에 달한다.

이 의장은 "이번 사업 수주 성과는 인애이블퓨전의 능력을 업계에서 인정받은 첫 사례"라며 "우리의 비전이 말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인애이블퓨전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시리즈A 투자 공모를 시작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 펀딩을 받아 1억달러(약 1438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선다.

이 의장은 "기술 사업화는 결국 민간이 해야 한다"며 "스페이스X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듯 인애이블퓨전이 핵융합의 새 시대를 여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는 지금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 기술 경쟁에 한창이다. 지난 1월 중국이 인공태양을 초고온에서 1066초 유지한 데 이어 지난달 프랑스가 1337초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초고온을 길게 유지하는 것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조건이다.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융합(인공태양)

중수소와 -삼중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의 원소핵들이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내놓는 현상. 태양이 열을 내는 원리와 유사해 인공태양이라 불리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다. 이론적으로 약 1㎏의 핵융합 연료로 1000만㎏의 화석 연료에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대전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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