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회동서 물꼬 틔워…지지부진한 연금개혁 초안 마련
野 '수용불가'에 어두워진 전망…우 의장 중재안에 분위기 풀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을 보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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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 뭐야. 3분 단위로 상황이 바뀌고 있어요.
(서울=뉴스1) 박기현 한병찬 기자 =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오전 여야 간 합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바닥날 것이 뻔했던 국민연금 재정 때문에 여야 모두 일찍이 연금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합의 당일 오전까지 협상 상황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걸었다.
18년 만에 이뤄진 여야 간 협상 타결은 찰나의 순간에, 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야 한발씩 양보하며 물꼬 틔워…전날까진 합의 분위기 고조
박주민 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강선우 민주당 의원, 그리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개혁에 잠정적 합의를 이뤘다.
당시 회동에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크레디트 확대안을 국민의힘이 수용하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대로 연금특위 구성안에 '합의 처리' 문구를 넣는 것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연금개혁안이 본회의 처리까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회동 직후 김미애 의원은 기자들에게 "곧 의미 있는 성과가 날 것"이라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강선우 의원은 "하나의 결론으로 뜻을 모았다"고 평가하며 어두웠던 전망을 밝혔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미애 국민의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간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모수개혁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25.3.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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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수용 불가"에 與 "또 말 바꾸냐" 대치…희망 살린 전화 한 통
민주당 지도부가 4자 회동의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군 복무 크레디트를 12개월이 아닌 실제 복무 기간인 18개월로 해야 한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내비쳤다.
이 소식을 들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합의 처리 하기로 했는데 박찬대 원내대표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못했다.
민주당과 주도적으로 협상해 온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당 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입장을 또 바꾸려 한다"며 "비열한 정치를 그만두라"고 공개 비판했다. 순식간에 여야 대치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합의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전화를 마친 박주민 위원장은 곧바로 같은 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찾았다. 그러나 이 만남만으로는 설득에 역부족이었다. 박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어두운 전망을 전하며 "3분 단위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직후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1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1회 국회(임시회) 복지위 제1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급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1.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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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이 던진 마지막 카드…'10분 회동'서 타결된 연금개혁
박 원내대표 마음을 돌린 건 우원식 국회의장이었다.
우 의장은 이 자리에서 '연금개혁 합의문'에는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으면서도, 본회의 안건인 '연금개혁 특위 구성의 건'에는 '합의 처리' 문구를 넣지 않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대신 군 복무 크레디트는 여야가 당초 합의한 12개월로 진행하자는 안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제안을 수락했다.
우 의장은 권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호출했다. 이날 사실상 취소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이로써 성사된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회동은 곧바로 종료됐다.
권 원내대표가 "박 원내대표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 시점부터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약 두 시간이었다.
연금개혁 합의 발표 직후 권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 "서로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국민을 위해서 조금씩 나아가야지"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전화를 받았던 박주민 위원장은 테이블 정반대에 앉았던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둘은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숙제는 남았다. 이번 합의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늘어나지만, 지속가능성을 온전히 갖추게 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여야는 연금개혁 특위에서 구조개혁을 마무리 지어야 할 뿐 아니라, 5년에 한 번씩 연금개혁을 재논의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을 통과시킨 직후 협상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극심한 속에서도 국민의 삶의 문제에 대해 양보와 결단으로 협상을 타결한 여야 정당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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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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