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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 닻 올렸다…전문가 자문단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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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 자문단’ 출범

미국·호주처럼 ‘기금형’·‘계약형’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

“국민연금공단에 맡기자” 법안에 고용부 “다른 방법도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합동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사업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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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닻을 올렸다.

퇴직연금은 도입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지만,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023년 말 기준 2.07%에 그쳐 그해 물가상승률(3.6%)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실력이 떨어지는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각자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택해 적립금을 굴리는 현재의 ‘계약형’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에 당국은 퇴직연금 제도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처럼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 중개조직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대신 운용해주는 ‘기금형’을 새로운 선택지로 만들 계획이다.

전문가 11인으로 구성한 ‘기금형 도입 추진 자문단’ 첫 회의
고용노동부는 21일 퇴직연금 제도의 수익률을 높여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의미 있는 노후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구조개선 작업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이날 서울 비즈허브센터에서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 자문단’을 공식 출범했다.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저조한 탓이다. 지난 2005년 12월 첫 시행한 퇴직연금의 최근 수익률을 보면,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에 그쳤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뿐으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의 원인이 여타 선진국과 달리 ‘계약형’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퇴직연금 운용 방식은 ‘기금형’과 ‘계약형’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기금형은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를 대신해 적립금을 관리하고 집합적으로 투자한다. 반면 계약형은 투자 실력이 떨어지는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스스로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적립금을 굴려야 한다.

기금형이 전문성에 기반한 투자자산을 배분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반면 계약형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이다보니 연금 자산에 부합하는 합리적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위험성과 변동성이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금마저 까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장기간 방치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9%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있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호주나 미국 등 선진국이 ‘기금형’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 호주의 경우 퇴직연금의 5년, 10년 평균 수익률이 각각 5.2%, 7.2%로 우리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특히 계약형에만 의존해야 했던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서구 국가는 대부분 둘 다 가지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치고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퇴직연금, 국민연금공단에 맡기자”...고용부 “다른 방법도 있다”
기금형 제도 도입 논의는 이미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당시부터 나왔다. 다만 당시에는 노사정 합의에 따라 퇴직연금 도입의 시급성과 초기 도입 비용 등을 고려해 계약형 구조로 시작했다. 이후 2014년 퇴직연금 활성화의 일환으로 기금형 도입 논의를 시작했고, 2018년 정부에서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그 방법을 어떻게 가져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에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발의됐지만, 일각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있는 것처럼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까지 운영하게 된다면 국민의 노후를 국민연금공단이라는 한 바구니에 담는 꼴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탓에 고용부 내부에서도 관련 법안에 회의적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맡기는 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게 고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향후 도입할 ‘기금형’의 구조를 짜게 되는 자문단은 경제·경영·사회복지·법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학계 전문가 및 업권별 이해관계를 반영한 연구기관 내 전문가로 구성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선 ▷사업장 규모별 적합한 기금형 형태 및 추진단계 설정 ▷수탁법인의 형태, 요건과 영리법인 허용 여부 ▷기금의 인·허가 및 관리·감독 등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 올 하반기에는 퇴직연금사업자,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후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퇴직연금 도입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를 퇴직연금 질적 도약기라고 보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고령화와 공적연금 위기를 먼저 경험한 해외 주요국에서 기금형 중심의 퇴직연금을 활성화해 성공을 거둔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그간 우리나라에서 논의돼 온 쟁점을 면밀히 살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금형 모델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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