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의 주인공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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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SNS 화면을 내리다가, 한 영상에 눈을 뺏겼습니다. 카메라 감독이 손에 들고 짝던 카메라를 드론에 연결해 공중 위로 띄우는 촬영 현장 영상이었습니다. ‘보편적인 기법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1시간짜리 드라마를 통으로 ‘원테이크’ 촬영했다”는 설명에 작품이 궁금해졌습니다.
‘컷을 나눠 찍으면 쉬운 일인데, 뭣 하러 그런 수고를 했을까. 그나저나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드라마라며. 1시간 원테이크가 말이 되나?’
<소년의 시간> 촬영 장면. 핸드헬드로 찍던 카메라에 드론을 부착하기 위해 촬영팀이 장비를 들고 다가가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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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총으로 중무장한 경찰이 13살 소년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가 사는 집에 들이닥치면서 시작됩니다. 공포 반 당혹스러움 반으로 “뭐하는 거냐” “집을 잘못 찾아왔다”고 외치는 가족을 지나쳐, 경찰은 겁에 질린 소년 제이미에게 말합니다. “널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고요.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제이미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혼란스러워 합니다. “아빠, 나 아무 짓도 안 했어!”라고 말하지만 이내 호송차에 태워집니다. 차에서 가쁜 숨을 내쉬는 그는 또래보다도 작고 연약해 보입니다.
<소년의 시간>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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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는 학교, 3화는 제이미의 상담실, 4화는 제이미의 집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른들은 그 과정에서 ‘요즘 애들’을 자신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경찰이 탐문을 위해 찾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불쑥,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케이티와 제이미가 친구였니?”라며 물리적 상호작용을 묻는 경찰에게 아이들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벌어졌던 일을 언급합니다. 경찰은 ‘그게 살인 사건과 무슨 상관이지?’ 묻고 싶어하는 듯한 표정으로 혼란에 빠집니다.
범죄를 다룬 드라마이지만 인물들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어 오히려 그 속을 더 알기 힘듭니다. 공동 각본가 잭 손은 “제이미를 타자화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게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그 말처럼 <소년의 시간>은 단순히 제이미가 범인이냐, 아니냐를 궁금케하는 추리물이 아닙니다.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청소년 세대에 분명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우리가 그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 ‘어떤 일’에는 유해한 남성성의 전파 등 인셀화, SNS 공간으로 옮겨간 교묘한 교내 괴롭힘, 자극적인 콘텐츠 시청의 저연령화 등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13일 공개된 이 작품이 이후 전세계 79개국에서 1위를 했다는 건, 이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라는 걸 암시하는 듯 합니다.
<소년의 시간> 한 장면.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 오른쪽)가 아버지 에디 밀러(스티븐 그레이엄)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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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도 훌륭합니다. 대본이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같은 연기들을 보고 있자면 ‘어떻게 찍었을까’하는 감탄이 나옵니다. 제이미 역의 오언 쿠퍼는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런 13살짜리 아이가 어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제이미의 아버지 ‘에디 밀러’ 역할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그레이엄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네 편짜리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주를 꼬박 들여 배우와 제작진이 동선과 카메라 움직임을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한 뒤에 촬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숨을 데가 없는 원테이크 촬영은 날 것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합니다. 긴 호흡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라는 질문을 제이미를 넘어서 사회에 던지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다큐멘터리 지수 ★★★★★ 실제 상황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리얼하다
긴장감 지수 ★★★★ 등장인물이 거칠게 숨을 내쉴 때마다, 마음이 같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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