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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이민정♥' 이병헌 "아들이 선정한 1위 작품"…'유아인 리스크' 딛고 일어난 '승부'에 "행복"[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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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부' 주연 맡은 이병헌 인터뷰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이병헌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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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극장에서 본 제 첫 영화가 '광해, 왕이 된 남자'였어요. 그다음이 얼마 전 25주년을 기념해 특별 상영된 '공동경비구역 JSA'였죠. '승부'가 세 번째예요. 아들에게 '재밌게 봤냐'고 했더니 지금까지 본 제 영화들의 순위를 매겨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승부'가 1위였어요. 하하하."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의 재미를 이같이 귀띔했다. '승부'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병헌은 세계 프로바둑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프로바둑기사 최초 우승자인 조훈현 역을 맡았다.

'승부' 포스터.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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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개봉까지 부침이 많았다. 이창호 역의 주연 유아인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 2020년 말, 2021년 상반기경 촬영된 이 작품은 도중에 넷플릭스 공개 결정이 번복됐다가 마침내 이번 달에 극장 개봉하게 됐다. 유아인은 마약 논란 후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현재는 석방된 상태다. '승부' 측은 예고편, 스틸, 포스터 등 각종 홍보 활동에서 유아인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병헌은 "어떤 영화든 개봉 때마다 떨린다. 이번 영화는 특히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신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님이 가장 힘들었겠죠. 영화 '보안관'을 찍고 몇 년 만에 정성껏 만든 영화가 혹시나 관객을 못 만나면 어쩌나 우려했을 테죠. 지금 상황에서 가장 힘든 건 그 친구, 유아인 씨일 겁니다. 마음이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영화에는 조훈현이 자신이 키워낸 제자에게 패배해 망연자실하다가 절치부심해 다시 정상을 노리는 모습을 담는다. 실제 비슷한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이병헌은 "같이 하는 배우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면 나도 덩달아 신난다. 기운을 끌어올려 준다"고 평소 경쟁보다는 응원을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병헌은 한 영화상 시상식에서 유아인에게 트로피를 내준 경험을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극 중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진 뒤 망연자실해 거실에서 담배 피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 촬영 전날 시상식이 있었는데, 유아인 씨와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어요. 상은 유아인 씨가 탔죠. 감독님이 연기 디렉팅을 주길래 '어제 같은 감정인 거죠?'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하하."

조훈현과 이병헌.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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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실화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 이병헌은 영화를 준비하며 실제로 조훈현 내외를 만나기도 했다. 이병헌은 "국수님의 성격, 심성, 버릇 같은 것들을 관찰하기 위해서 더 애썼다"며 "국수님이 말씀이 많으시더라. 자부심과 자신감이 굉장했다. 저는 그날 거의 말을 못 했고 계속 듣기만 하다가 왔다"면서 폭소를 자아냈다.

"실존 인물 연기는 늘 부담이 있어요. 기댈 수 있는 부분과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모두 있죠. 당사자를 직접 만나 얘기하면서 눈빛이나 버릇 등 그 사람의 것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에요. 반대로 허구의 인물은 제가 창조할 때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극 중 제자에게 패배하고 얼빠진 조훈현. 이병헌은 이 장면 속 인물의 감정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국수님에게도 당시의 심정을 들었죠. 당신이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자가 이겼는데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는 장면, 대국장을 도망치듯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며 허탈해하는 장면. 그 상황과 감정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간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 신을 찍고 며칠 뒤에도 감독님한테 '다시 찍으면 안 되냐'고 그랬죠. 틀려서가 아니고 또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어서요. 욕심이 생겼어요."

'승부' 스틸.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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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바둑알을 능숙하게 두는 동작을 체화하기 위해 출연을 결정하자마자 바둑판을 구했다고. 그는 "아들에게 오목 두는 법을 가르쳐주고 둘이 오목하면서 돌 놓는 법을 연습했다"고 전했다. 아내 이민정은 VIP 시사회 포토월에도 참석해 이병헌 내조에 나섰다. 이병헌은 "아내와 아들도 영화 보며 몇 번 울었다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 슬프게 연기한 적 있었나' 싶었는데, 극 중 제가 창호를 야단칠 때, 창호가 혼자 울 때, 그리고 창호가 함께 살던 집을 떠나갈 때 울었다더라. 다 제 장면은 아니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이병헌은 장인어른이 이 영화에 남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관람했다는 장인어른의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재밌게 봤고, 감독이 정성스럽게 만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워낙 바둑 팬이고 그 시대를 직접 겪었던 분이잖아요. 당시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여러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제 연기 칭찬은 안 해주셨어요. 하하."

이병헌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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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차기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촬영을 지난 1월 마쳤다. 그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요구하는 사항들이 복잡했지만 재밌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와 극장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극장을 좋아해요. 어렸을 때 저를 극장으로 자주 데려갔던 아버지의 영향이 커요. 극장 특유의 냄새가 있었어요. 마감이 미흡한 시멘트 벽, 아이들의 오줌 지린내, 오징어와 땅콩 구운 냄새까지. 그 냄새만 맡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어렸을 적 제 심장 소리가 아직도 떠올라요. 예전엔 극장에서 어르신들이 다 담배를 폈는데, 스크린 아래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장면도 저한테는 향수로 남아있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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