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불 3시간 만에 잡혔지만, 마을 곳곳 불에 타 흔적 없어
부들부들 떨리는 손 부여잡고 전소된 집 걱정…"가슴이 벌렁거려"
25일 전북자치도 정읍시 소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마을까지 번진 가운데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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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뉴스1) 박제철 장수인 신준수 기자 = "'팍, 팍' 소리랑 탄내가 나니까 밖에 나가봤는데 시커먼 연기가 온 천지에 퍼져 있더라니까.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못 했지."
25일 오후 6시 30분께 전북자치도 정읍시 소성면 소성교회에서 만난 금동마을 주민 이수안 씨(75)가 입술을 떨면서 이같이 말했다. 같은 마을에서 거주하는 12명의 주민도 이 씨처럼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있었다.
마을과 붙어있는 고창군 성내면 야산에서 발생한 불씨가 강풍과 함께 마을로 날아오면서 이 씨와 마을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대피소로 이동했다.
불은 이날 오후 2시 14분께 발생했다. 큰불은 산림 당국과 소방에 의해 3시간여 만에 잡혔지만, 금동마을에 있는 주택 13동과 창고·비닐하우스 15동 등 총 28동에 붙은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119소방대원들은 마을 전체에 붙은 불씨를 끄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불은 인근 비닐하우스 등으로 계속해서 옮겨붙었다.
몇시간 전까지 주민들의 목소리와 생활 소음으로 가득 찼을 마을은 이제 소방대원들의 움직임 소리와 집 마당에 남은 개 짖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25일 전북자치도 정읍시 소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마을까지 번져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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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불에 타고 있는 마을을 바라보던 인근 마을 주민 송영래 씨(63)는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금동마을 주민 한복순 씨(84)는 "집에서 자고 있다가 미역 준다고 해서 회관으로 간 사이 불이 났다고 들었다"면서 "마을에 공무원이 찾아와서 대피해야 한다고 해서 급히 나오긴 했는데 계속 잤으면 (나도) 불에 휩쓸렸을 거란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말했다.
한 씨는 이어 "집이 다 탔을 거 같은데 너무 걱정된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낮 고창군 성내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의 영향을 받아 금동마을을 포함한 산곡마을, 구룡마을, 한정마을 등 민가로 확산했다.
소방과 산림 당국은 산불진화대원 등 314명의 인력과 헬기 5대 등 장비 66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5시 10분께 큰불을 잡았다.
소방은 당시 불길이 확산하자 오후 4시 5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가 오후 5시 24분께 해제했다.
현재 소방 등은 불이 재발하지 않도록 잔불 정리에 나서고 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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