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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조 美 조선시장 열리는데…한국은 집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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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라이벌 경쟁 점입가경…100년 만의 기회 잡으려면 정부 중재 필요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길이 333m, 폭 76.4m, 무게 10만여 톤, 승조원 6000여 명에 달하는 니미츠급 항모인 칼빈슨함은 스텔스 전투기 F-35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칼빈슨함은 한반도 근해에서 이달 중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연합 훈련 또는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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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에 찾아온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내부총질이 벌어져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대형 발주가 쏟아지지만 국내 양대 조선사 안방 싸움을 격화하고 있어서다. 지나친 라이벌 경쟁이 모처럼의 기회에 찬물을 끼얹어 둘다 기회를 날린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낙후한 해군 재건사업에 한국 업체 참여를 선호하지만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데이모닝 인사이트>는 국내 조선업체들 사이의 갈등과 경쟁이 향후 열릴 미국 군함 시장 수주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 짚어보고 대응 방안도 살펴봤다.


현대 vs 한화…격화하는 집안싸움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SSN 757·6900톤급)이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1991년 취역한 알렉산드리아함은 길이 110m, 폭 10m 규모이며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을 위해 이날 부산에 입항했다. 알렉산드리아함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5.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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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시장은 조선업의 미래 먹거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역대급 규모의 수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 방산의 양대 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의 갈등과 상대방을 향한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모처럼 호황기를 맞이한 군함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양사 갈등으로 알토란 같은 수주 기회를 놓쳐버린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이 대표적인데 경쟁국인 독일과 일본은 원팀을 구성했지만 우리 업체들은 독자 입찰에 나섰다. 이들이 원팀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앞서 한국형 구축함 사업 수주 경쟁에서 고소고발전까지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양사는 각자 가성비를 내세우며 수주를 자신했지만 호주 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독일과 일본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폴란드 정부가 3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오르카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방산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수주에 참여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독자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폴란드 정부는 두 업체의 과열 경쟁으로 계약 불이행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게 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양사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폴란드 정부는 오는 9월께 최종사업자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캐나다 해군은 70조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수주전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국내사들은 독자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용환 서울대학교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개별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다른 나라 정부 결정에 영향을 주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호주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업체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해외 군함 수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600조 미국 시장 열린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미국 해군 잠수함지원함인 '에모리 S. 랜드'(AS-39·2만3000t급)가 9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길이 198m, 폭 26m, 승조원 900여 명 규모인 이 함정은 미 핵잠수함에 대한 탄약, 식량, 의약품 등 군수물자 보급은 물론 수리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산 입항은 처음이다. 2024.11.09. yulnetphoto@newsis.com /사진=하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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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과의 군사 경쟁을 위해 태평양 함대를 위시한 해군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향후 2054년까지 군함을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예산 소요액은 1조 750억달러(약 1560조원)으로 추산된다. 우리 업체들은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을 제외하고 건조 능력이 입증된 소형수상함이나 군수지원함 등부터 단계적인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미국 함정 건조의 가장 큰 장애물인 법률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어서 한국 조선사들의 사업 참여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 조선업 보호하기 위해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근거해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미 공화당 마이크 리 의원 등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회원국이나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국가에서도 미 군함 건조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양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현재 미 군함을 건조할 능력을 갖춘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함정 건조 외에도 미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정보 분석 기관 비즈윗에 따르면 전세계 함정 MRO 시장은 2030년 705억달러(약 100조원)로 커질 전망이며, 특히 미 해군은 139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미 해군 선박 건조와 MRO 사업에 있어서 한화오션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이 사상 처음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시라'호에 대한 정비 사업(MRO)을 완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7함대 소속 '유콘' 호의 정기수리사업도 수주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어 최근엔 미 해군 4대 공급업체인 호주 기업 '오스탈'에 대한 지분 인수를 마치면서 미 해군 함정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7월 미국 해군 보급체계 사령부와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함으로써 미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함정 건조와 MRO 시장에 대해서 김용환 교수는 "우리 업체들이 단기간에 미국 함정 건조 사업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먼저 한국 업체의 MRO 역량을 테스트하고 그에 따라 향후 운영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분야 사업도 맡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율적 컨소시엄 구성해야…정부 파이낸싱 활용 제안도

대한민국 재계를 이끄는 그룹 대표들이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취재 현장에는 조현준 효성 회장을 시작으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국내 주요 기업 대표 인사들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차례로 도착했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가장 먼저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8~29일 양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 7개 토후국 중 최대 국인 아부다비 국왕이다. /사진=임한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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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집안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두 그룹을 이끄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같은 세대의 최대 라이벌로 지목된다. 1982년과 1983년생으로 이른 나이에 그룹 승계에 나서 독자역량을 나타내고 있는 재계 3세대 인물로 평가된다. 이들은 최근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기로 했고, 해군이 방위사업청을 통해 발주하는 8조원 규모의 차세대구축함사업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서로 고소를 취하하면서 표면적인 다툼은 일단락 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양사는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의 중재 하에 '함정 수출 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출 사업에선 정부 주도 하에 원팀을 구성하되 각 사의 경쟁력을 고려해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주관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원팀으로 잠수함 10척의 수주를 받는다면 주관업체가 6척, 지원업체가 4척을 각각 맡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양측이 맺은 MOU가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서로 다른 설계 기술과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최종 납품 모델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의 사안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시장이 열리는데 양사가 지나친 라이벌 의식으로 서로의 발목을 붙잡는다면 장기적인 성장이 저해될 거라고 지적한다. 방산 시장의 특성상 정부의 정책적, 외교적 지원이 없이는 사업 추진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가 양사의 분쟁을 중재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방산시장의 국제적 트렌드는 대규모 발주 프로젝트에 대비해 국가의 역량을 하나의 수출 연합체로 집결시키는 추세다. 원팀 구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태평양 함대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변화는 100년 만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동규 시사문예지 편집장은 "미 군함시장은 한국 조선업체에 놓칠 수 없는 찬스"라며 "정부가 수출에 필수적인 파이낸싱 등의 수단을 적극 활용해 업체 간 갈등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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