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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트럼프에 채찍 대신 당근? "전기차 등 대미 수출 제한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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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중국 정부 고문 인용 보도, "1980년대 일본 VER 모방"…
트럼프 '무역 불균형' 불만 잠재워 관세 해결 기회 마련 의도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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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더욱 거세질 거란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미국과 대립 구도를 이어가는 것보다 대미국 수출 축소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하는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트럼프 달래기'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 고문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와 무역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대(對)미국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배터리, 전기차 등의 대미 수출을 제한해 미국의 '중국 무역 불균형' 비판 강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검토하는 '대미 수출 제한' 방안은 구체적으로 1980년대 일본의 수출자율규제(VER)를 모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은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합리적인 가격과 연비로 경쟁력을 키우며 자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자 관세 인상 카드로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일본은 자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VER 제도 시행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에 나서면서 일본의 VER 조치는 철회됐다.

해외 수출을 앞둔 중국산 자동차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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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관세 부과 등 미국의 무역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국내 경제 성장 둔화 속에서 (트럼프 1기 때보다) 더욱 강력한 미국의 경제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미 수출 제한 방안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대미 수출 제한 논의가 중국의 제조업 중심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는 아니"라며 "중국은 이를 (미·중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일본처럼 산업 고도화를 도모할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 정부 고문들은 WSJ에 "중국 당국은 (미국과)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의 대미 수출 제한을 협상하는 대신 해당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기회를 얻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 내 투자를 허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적이 있었다며 이런 거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일부 반대에도 중국에 대한 투자 기회를 열어 두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종종 해왔다.

미 다트머스대의 더그 어윈 경제학 교수는 "일본이 자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을 제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 자동차 가격은 (대미 수출 제한으로) 평균 약 1000달러(현재 기준 3500달러)가 올랐다. 기업의 이익도 늘었고, 이는 일본 자동차가 저가 소형 차량에서 고가 대형 차량으로 향상되는 기회가 됐다. 중국도 (일본과 같은 대미 수출 제한으로)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윈 교수는 "현재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950억달러로 미국의 모든 교역국 중 가장 크다. VER 만으로 양국 무역 균형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또 중국이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VER 제도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통한 세수 확보를 선호하기 때문에 VER 자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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