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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에서 불덩이가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회오리치듯 등 뒤를 덮쳤고, 우리 5명은 땅이 꺼진 웅덩이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20분간 불길을 버텼습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22일 투입됐다가 전신 3도 화상의 중상을 입고 극적으로 살아난 진화대원 곽모(63)씨는 퉁퉁 부은 입술로 힘겹게 화재 상황을 전했다.
곽씨를 비롯한 5명은 중상을 입고 구조됐지만, 같은 위치에 투입됐던 진화대원 3명(모두 60대)과 공무원 강모(33)씨는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23일 진주 소재 한 병원에서 만난 곽씨는 “22일 정오쯤 주불과 400m 떨어진 산청군 시천면 신안리 4부 능선에서 불을 끄고 있었다”며 “불길이 번지는 게 보여서 급하게 하산하다가 오후 1시반쯤 소방과 창녕군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30분 넘게 헬기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불덩이가 덮쳤고, 20분간 화마를 견딘 생존자 5명은 화상을 입은 몸으로 간신히 산 밑까지 내려왔다.
이번 산불로 23일 오후 9시 기준 산림 약 7772㏊(축구장 1만885개 규모)가 불타고, 주택 110개 동이 피해를 보았다. 임시대피 주민은 총 1988명이다. 진화율은 산청 71%, 김해 96%, 의성 60%, 울주 72%다. 옥천은 완전 진화했다. 산청 화재는 사흘째 불길을 잡지 못하고 인근 하동군으로 퍼졌다.
행정안전부는 울산광역시, 경북도, 경남도를 대상으로 재난사태를, 피해가 큰 산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각각 선포했다. 대형 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건 역대 여섯 번째다.
재난사태가 선포된 3개 시·도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6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산청군에는 긴급 구호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난구호사업비를 집행할 계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산불 대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며 “의성, 울주 등 신속한 피해 수습이 필요한 대형 산불 발생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산청=이은지·김민주·안대훈 기자, 문희철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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