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중국 '구형 반도체'의 역습②
미국의 중국 범용 반도체 사업 견제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범용 반도체 등에 대한 불공정 무역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USTR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려고 한다"며 "자국화와 자급자족 달성을 위해 시장점유율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는 등 광범위한 반경쟁적이고 비시장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의 행위·정책·관행은 미국과 다른 국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산업과 노동자의 경쟁력, 중요한 공급망, 미국 경제 안보를 약화하고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 범용 반도체에 대한 견제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USTR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지배를 목표로 한 행위·정책·관행에 대한 제301조 조사'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미국에 들여오는 가전 등 완제품에 중국산 반도체가 탑재된 경우 관세를 적용할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2일 종전보다 '표적화된' 관세 조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중국 범용 반도체 등이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대만·일본 등 소위 '반도체 강국'은 그동안 범용 반도체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 주로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공통으로 범용 비중을 줄이고 DDR5, LPDDR5와 같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선 삼성전자, TSMC 등이 2~3㎚ 수준 '초미세 공정'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있어 범용 반도체 중요도가 여전히 높고, 중국의 최첨단 제품 경쟁력 확보 전략 근간이 '범용 시장 장악'인 점에 비춰볼 때 "현 상황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범용 반도체 생산설비가 중국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한다. 협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범용 반도체 수요는 연평균 2.9%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증설이 집중돼 현지 생산능력은 연평균 12.1% 뛰었다. 중국 중심의 범용 반도체 생산량 확대가 계속되면 △공급망 위험 확대 △의존도 심화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역시 이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물론 한국·미국 등에 있어 궁극적인 위협은 중국의 최첨단 부문 추격이다. 중국 기업은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최첨단 기술 개발에 투입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 제품에서도 중국 기업 존재감이 부각되는 이유다. 범용 시장에서 수익성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는 한국 기업으로선 최첨단 시장에서 격차를 크게 벌리는 것이 급선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이 계속 따라오는 상황인 만큼 압도적인 격차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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