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보좌관·에너지장관 동행설
지방선거 임박… “시기 부적절 개입”
15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한 참가자가 ‘우리는 매물이 아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누크=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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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또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 이어 이번에는 JD 밴스 부통령의 배우자다. 행정부 고위 관료들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토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배우자)인 우샤 밴스가 27일 그린란드를 방문한다. 백악관은 “밴스 여사가 아들 및 미국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고 그린란드 문화유산을 배우는 한편 그린란드 개 썰매 경주를 참관할 예정”이라며 “밴스 여사와 대표단이 이 역사적 대회를 직접 보고 그린란드의 문화와 단합을 축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밴스 여사 일행은 29일 미국으로 귀국한다.
공식 방문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이 섬의 인수를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밴스 여사가 여행 중 집중할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 강화 일정만 부각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 썰매 경주 주관 단체가 그린란드 언론에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거액의 비공개 후원금을 받았다고 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연초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찾았을 때도 ‘비공식 방문’이었다.
그러나 순수한 문화 교류 목적으로만 볼 정황은 아니다. 집권 1기 당시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타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뒤 일찌감치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달 초 의회 연설 때도 “우리는 국가 안보뿐 아니라 국제 안보를 위해서도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 지도 앞에 놓여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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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요충지다. 유럽에서 북미로 가는 최단 경로가 그린란드를 통과한다. 이 섬 최북단에 있는 공군 우주사령부 산하 피투피크 기지는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 운용에 필수다. 더불어 그린란드에는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꼭 필요한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는 소식통 전언을 인용,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이 밴스 여사와 함께 그린란드에 들어와 피투피크 기지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4월 1일 예정된 그린란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덴마크 의회의 그린란드 출신 의원인 아야 셈니츠는 덴마크 TV 인터뷰에서 “선거가 임박한 만큼 이번 방문은 부적절한 시기의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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