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둘레 1㎝ 가늘고 긴 형태의 제기… 당시 물레로 그릇 만드는 기술 확인
경남 창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지난해 봉황동 유적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1세기대 최고급 옻칠 제기(제사용 그릇) 15점을 비롯해 목제품 300여 점이 쏟아져나왔다”며 24일 유물을 공개했다. 유물은 모두 보존 처리를 위해 창원 연구소로 옮겨온 상태다.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옻칠 두형 그릇(오른쪽 아래). 사라진 윗접시 부분을 추정해 만든 복원품을 김지연 학예사가 보여주고 있다. /허윤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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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토된 제기는 목이 길고 가느다란 굽다리 접시. 이런 모양의 제기를 ‘두형(豆形) 그릇’이라고 부르는데 창원 다호리, 성주 예산리 등에서 출토된 바 있다. 목 둘레는 1㎝. 기존 출토품들의 목 둘레인 3~4㎝보다 훨씬 가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윗접시는 남아 있지 않지만, 잔존 높이만 25.7㎝에 달한다. 옻칠 덕분에 2000년 세월에도 광택이 남아 있다. 김지연 국립가야문화유산 학예연구사는 “기존 출토품들은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였지만 이번에 나온 제기는 일체형으로 한 번에 만들어졌고, 바닥 부분에 물레를 고정한 흔적이 있어 그릇을 만들 때 돌려가며 작업하는 ‘회전 깎기’ 기술이 변한 시기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24일 경남 창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에서 김지연 학예연구사가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목제 유물들을 공개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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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은 대규모 취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자취)와 함께 확인됐다. 제사용 그릇뿐 아니라 새 모양의 목제품, 주걱·그릇·잔 등 생활용 목기류, 물레와 베틀로 추정되는 직기용 부속구 등 다양한 생활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오춘영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장은 “최상위 위계 무덤의 부장품으로 알려진 옻칠 두형 그릇이 생활 유적에서는 최초, 단일 유적으로는 최다량 출토된 성과”라며 “김해 봉황동 유적이 금관가야 이전인 1세기부터 이미 독자적인 대규모 생활 유적을 형성했고, 변한의 수장급 거처에서 점차 성장해 금관가야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24일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조사단이 경남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 발견된 집수지 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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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구소는 아라가야 왕성지로 알려진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 최근 발견된 집수지(集水池·필요한 물을 모아 저장하는 시설) 현장도 공개했다. 가야 유적에서 집수지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연구소는 “촉촉한 펄이 유기물을 보존해주기 때문에 집수지는 아라가야의 타임캡슐”이라며 “앞으로 목제품이나 동식물 유체 등 많은 자료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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