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7 (목)

내각 복원하고 ‘尹 선고’ 여건 만든 헌재… 결과는 예측불허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덕수 탄핵 기각] 韓 기각, 尹 탄핵심판에 어떤 영향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직무에 즉각 복귀하면서 ‘87일간의 총리 공백’으로 훼손됐던 내각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국정 공백의 장기화’라는 부담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한 총리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8명 의견이 ‘5(기각) 대 2(각하) 대 1(인용)’로 나뉜 점에 주목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이 기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재판관 8명 중 3명이 인용에 반대하면 윤 대통령 사건은 기각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사건 선고가 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판관들 간에 각종 쟁점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반면 야권은 여전히 헌재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은 헌재의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문에서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한 부분에 주목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정당성이 없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韓 공모 여부만 판단... 내란 행위는 오리무중

헌재는 이날 선고에서 ‘내란 행위’ 부분은 직접 판단하지 않고 회피했다. 헌재는 “한 총리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두 시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계획을 들었을 뿐, 이전부터 알았다고 볼 증거나 자료가 없다”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해제안이 의결됐다는 게 인정된다”고 했다. 비상계엄 상황이 내란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하지 않은 채, 한 총리가 공모·방조했는지만 본 것이다.

내란 행위는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가를 결정적인 쟁점이라 이날 헌재 판단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비상계엄이 내란 행위인지부터 밝히고, 한 총리의 공모 여부를 따지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순서”라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심증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내란 행위 판단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와 관련해 아직 결론을 못 내서 한 총리 공모 부분만 먼저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대통령 선고는 4월 이후로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재판관 판단도 제각각… 尹 탄핵 예측 불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에서 4대4로 갈렸던 헌법재판관 8명은 이날 선고에서도 알려진 성향에 따라 판단이 엇갈렸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절차적 문제로 각하 결정을 내렸고, 김복형 재판관은 위헌·위법이 전혀 없다며 기각했다. 중도·보수 성향인 세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중도·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등 일부 탄핵 사유는 인정되지만 파면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진보 성향의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를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헌법학자는 “재판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어서 그런지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 선고도 성향에 따라 나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절차 문제를 강조한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검찰 조서의 증거 채택 등을 문제 삼을 수 있고, 진보 성향 재판관들은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빨리 선고하려다 보면 결국 결론이 늦게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