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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가뜩이나 안 팔리는데 어떡하지”…머리 싸매는 우유업계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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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업계, 저출산‧FTA 관세 철폐 등 첩첩산중

제품 다각화 등 유제품 의존도 감소 위한 전략↑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걱정인데 아이 키우는 집은 우윳값까지 걱정해야 하니 힘들죠. 배앓이 걱정 없는 프리미엄 우유를 먹일까 하다가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수입 멸균 우유 앞에서 망설이게 되네요.”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만난 주부 최신영(34)씨는 우유 업계의 가격 인상 예고에 고개를 내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우유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우유 소비량은 점차 줄어드는데 유제품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진 데다, 내년부터는 미국·유럽산 우유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 우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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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세계 유제품 가격 지수가 148.7로, 1년 전 대비 23.2% 높고, 전달보다 4.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0월(149.2)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우유 생산이 감소한 것이 지난달 유제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단가까지 높아지자 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제품 자급률이 44%에 불과해 치즈와 크림 등 다수의 유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 유제품의 경우 원제조사의 요청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 등의 수입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국내 유업계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도 한국 국산 우유의 높은 가격 탓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림축산식품부,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9660톤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고, 지난해 국내에서 주로 생산되는 흰 우유(백색·가공) 소비량은 1인당 38.2㎏에서 30.9㎏으로 감소했다.

유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압박에 일단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분위기다. 매일유업은 내달부터 컵커피·치즈·두유 등 51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높은 수입 의존도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전언이다. 이미 1년여 전에도 유제품 가격이 크게 인상된 바 있다. 2023년 10월 빙그레는 요플레 오리지널과 투게더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각각 8.6%, 8.3% 올렸고, 매일유업은 발효유와 치즈를 6~9%, 남양유업은 기타 유제품을 평균 7% 인상했다.

우유 기업들은 사실상 가격경쟁은 포기하고 수익 다각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는 저렴한 수입 우유 공세에 우유 품질 향상과 기능성에 집중한 프리미엄 전략을 밀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4월 프리미엄 흰 우유 ‘A2+ 우유’를 선보이고, 2030년까지 모든 원유를 A2원유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기능성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건기식 발효유 제품인 ‘이너케어’를 출시한 이후 2022년 고함량 완전 단백질 음료인 ‘단백질음료 테이크핏 맥스’, 2023년 단백질분말 ‘테이크핏 케어’를 잇따라 출시했다. 지난해엔 부스터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 프로’도 출시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B2B 시장 확대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한국 스타벅스에 우유를 납품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해외시장으로의 판로 확대를 통해 국내 사업 부진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수출 확대를 위해 중국과 대만을 집중 공략 중이다. 매일유업 역시 중국을 해외 거점으로 삼고 수출량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매일유업은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6000여곳에 식물성음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저출생 현상이 장기화되며 우유 소비가 계속 줄고 있는데, 낙농가에선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주장하고 과잉 생산된 물량도 사야 하니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수입 우유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산 유제품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업체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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