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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월가의 ‘악동’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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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팀은 미국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로 구성돼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채권거래인 출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월가에서 각각 환투기와 채권거래라는 매우 투기적이고 ‘지저분한’ 거래로 거액을 벌어들인 인물들이다. 마치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닳고 닳은 도널드 트럼프의 ‘분신’들을 보는 듯하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대학 졸업 뒤 1991년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헤지펀드인 소로스 펀드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영국 부동산 시장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이것이 1992년 소로스 펀드의 영국 파운드화 투기의 계기가 됐다. 영국 정부는 이들의 투기 공격에 굴복했으며, 소로스 펀드는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베선트는 2011년 소로프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시절엔 일본 엔화 투기에 나서 10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이후 독립해 주로 지정학적 상황과 경제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기회를 찾는 매크로 투자를 해왔다. 그는 여러 자리에서 현재 미국에 불리한 국제 경제체제의 재조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최근엔 미국에 지속적인 무역불균형을 일으키는 국가들을 ‘더티 15’(Dirty 15)라고 불러 주목을 끌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월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83년 뉴욕 채권거래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에 들어가 1991년 대표이사가 됐다. 1996년 창업자가 갑자기 사망하자 창업자 부인과 소송 끝에 회장에 올랐다. 9·11 테러 당시 입주해 있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을 때 직원 960명 중 658명을 잃었다. 자신은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느라 사무실에 없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처음으로 전자 채권거래소를 만들고,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인 스팩(SPAC)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가상자산 투자에도 관여했으며, 트럼프의 가상자산 견해를 바꾸는 데도 역할을 했다. 그는 최근 중국으로의 반도체 우회 수출 규제를 설명하면서 “각국이 미국과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거나 조금 더 싸게 물건을 사기 위해 영혼을 팔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와 월가 악동들의 야심차고 무모한 ‘도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주로 관료와 교수 출신인 한국 경제팀은 이들의 공세를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까?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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