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백악관 정상회담 참사에 입 연 젤렌스키 "내 가치 보여주려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치외교' 시도하다 역효과…챔피언벨트 선물 대신 전장의 병사들 사진 건네

밴스 부통령과의 설전엔 "동맹 아니라는 느낌에…난 우크라 긍지 지켰다"

"러, 백악관에 영향 미치는 데 성공…트럼프, 시간 지나 푸틴 실체 깨닫길 "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외교 참사'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 대해 "내가 원했던 건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안을 거래적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적 장벽을 넘어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그에게 다가서려 했다고 털어놨다.

젤렌스키는 "그(트럼프)는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 자녀들이 있다. 그도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들을 느낀다"면서 이에 그러한 접근법을 택했지만 "이후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정상회담장에 들어서기 전에 모든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니고 있을 악감정을 해소하는 동시에 백악관에 파고든 러시아의 선전·선동을 지워낸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고 한다.

트럼프와 만난 다른 국가 정상들처럼 그는 호감을 살만한 화려한 선물도 준비했다. 자신의 가까운 친구인 우크라이나 출신 헤비급 복싱 선수 올렉산드르 우식의 챔피언 벨트였다.

하지만 정작 회담장에서 그는 미리 준비했던 이 챔피언 벨트를 건네는 대신 러시아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과 굶주림에 시달린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참혹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는 걸 택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때부터 회담이 잘못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분위기를 좋게 하기는 커녕, 젤렌스키가 자신을 비난한다고 느낀 트럼프가 심리적 방어 태세를 더욱 굳혔다는 것이다.

결국 회담은 '미국의 안전보장 없는 즉각 휴전'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서 면박당한 채 백악관에서 쫓겨나듯 빠져나오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그런데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챔피언 벨트 대신 병사들의 사진을 트럼프에게 내민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타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사 기자를 초청해 인터뷰에 응한 것은 미국 측과의 오해를 풀려는 의도가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않고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정착시키기는 어렵다는 점 역시 인정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배석한 J.D. 밴스 부통령과 언쟁을 벌인 데 대해선 우크라이나 국민이 보고자 했던 건 미국이 여전히 그들의 동맹이라는 증거였으나 "그 순간에는 동맹이 아니라는, 동맹으로서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그 대화에서 난 우크라이나의 긍지를 지키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전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미국이 너무 많은 카드를 러시아 측에 내줬다고도 했다. 특히 러시아가 직면한 '외교적 고립'을 풀어주려는 건 푸틴에게는 "큰 양보"라면서 "히틀러를 정치적 고립에서 풀어주는 걸 상상해 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자국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조차 무시한 채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늘어놓는 현 상황에 대해선 "러시아가 정보를 통해 백악관 팀 일부 인원에 영향을 미치는 데 성공했다고 믿는다"며 의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이 보기보다 취약하고 믿을 수 없는 인물이란 점을 깨닫길 바란다면서, 러시아의 승리는 서방 전체, 특히 미국에 상당한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푸틴이 두려워하는 인물은 트럼프뿐이라면서 휴전 협상 와중에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폭격하는 러시아군의 행태에 대해 미국이 제재에 나서겠다고 한다면 "러시아인들은 정말로 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임지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용해 온 집무실의 작은 침대 위에는 흑해에서 침몰하는 러시아 군함과 러시아 땅으로 진격해 전투를 벌이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 그리고 불타는 크렘린궁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들 각각은 승리에 관한 것들"이라면서 "여기가 바로 내가 사는 곳"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hwang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