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연희동 성산로에 대형 싱크홀이 생겨 승용차 한 대가 통째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 뒤 부산 사상구에서는 지하철 공사장 인근에서 대형 트럭 2대가 한꺼번에 빠지는 땅꺼짐 사고가 있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을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일어난 지반침하 사고는 1386건에 달한다. 연평균 198건이나 빈발해 언제 어디서 땅꺼짐을 맞닥뜨릴지 모르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응은 탁상·전시 행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희동 사고 후 지하철 역사·대형 공사장 주변 취약지의 땅꺼짐 징후 탐사 주기를 연 1회에서 월 1회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올 1월엔 ‘지반침하 예방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국토부는 근처에서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이 진행되는 이번 사고 현장을 지난해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탐색했지만 사고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땅꺼짐 사고는 지하 7~8m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 정부·서울시 모두 지하 3~4m 정도만 탐색할 수 있는 GPR 장비만 믿고 손을 턴 것은 아닌가. 특히 서울시는 이달 초 인근 지역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는 민원에 계측기를 추가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계측기는 아무 감지도 못했다니, ‘맹물 백신’을 들고 코로나19를 예방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도시의 땅꺼짐 사고는 무분별한 지하 개발이 부른 인재다. 각종 지하 도로와 지하철 건설로 인근 지층과 지하의 물 흐름이 교란돼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수도관 노후화·누수로 인한 지반침하도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하 시설물이 어디에 얼마나 묻혀 있고, 지하 공사가 물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놓는지 파악하는 종합적인 ‘지하 지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후약방문식 대책 나열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 생긴 싱크홀(땅꺼짐)의 25일 모습.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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