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포럼' 대표 류영모 목사가 지난 18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포럼 행사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나부터 포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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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개신교) 한국 선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140이라고 하는 숫자는 139 다음에 우연히 생긴 140이 아니라 성경적으로 보면 70이 두 번 더해진 때입니다. 첫 번째 70년은 1955년 일제 강점과 동족상잔으로 피폐한 때였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런 물리적인 완전 파괴 상황에서 우리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외교 등을 모든 면에서 다시 건설해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70년을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70년 동안 그때 꿈꾸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교회는 성장되었고 모든 것이 새로워진 두 번째 70년인 2025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물리적인 파괴가 아니라 영적인 파괴, 정신적인 파괴 그리고 확증편향으로 갈가리 찢겨진 사회의 파괴 상황 속에서 두 번째 7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될 것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내일의 눈으로 140년을 보다’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새문안교회 새문안홀에서 열린 제3회 ‘나부터 포럼’에서 대표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원로목사)는 이렇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 자리는 개신교 선교 140주년 역사를 돌아보며 ‘나부터’ 개혁하고 한국교회와 사회가 바로 서는 전기(轉機)로 삼겠다는 뜻으로 마련됐습니다. 류 목사는 이 자리에서 140년이라는 숫자를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고난의 70년이 두 번 겹쳐진 숫자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나부터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류영모 목사(오른쪽에서 네번째)가 한교총 대표회장이던 지난 2023년 산불 때문에 집을 잃은 경북 울진 주민에게 새 집을 지어 선물하고 있다. /한교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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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라는 단어를 들으면 종교계와 관련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캠페인이 있지요?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내 탓이오’ 운동과 법정 스님을 중심으로 전개된 ‘맑고 향기롭게’ 운동이 있습니다. ‘나부터 캠페인’이 롤모델로 삼았던 운동들입니다.
‘나부터’ 운동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던 지난 2017년 CBS와 국민일보가 개신교 23개 교단과 함께 펼쳤던 운동이 시작입니다. 당시 자동차용 스티커 35만장이 배포되는 등 확산되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주춤했다가 2023년 류영모 목사가 중심이 돼 2기 활동을 시작한 캠페인입니다. 문자 그대로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나부터’ 변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날까지 3번의 포럼을 개최했는데, 첫 번째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따른 ‘축소 사회’를 다뤘고, 두 번째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세 번째 포럼은 선교 초기의 정신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계획하는 주제로 열렸지요.
먼저 류 목사에 대해서 또렷하게 기억나는 일은 ‘사랑의 집짓기’였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경북 의성 등에서 대형 산불로 많은 피해가 큰 걱정입니다. 3년 전 이맘때도 경북 동해안 울진 일대에 큰 산불이 일어났었지요.
당시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이 류영모 목사였습니다. 한교총 대표단은 3월 15일 현장을 방문한 후 귀경하는 차 안에서 “이재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집” “35개 회원 교단이 한 채씩만 맡아도 10%는 집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실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교총은 이듬해인 2023년 5월까지 당초 계획했던 35채보다 많은 모두 54채의 집을 지어 이재민에게 제공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쉬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교단별로 목표한 금액을 모금하는 것부터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까지 하나도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 어떤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안타까운 마음에 성금을 내곤 합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상황이 끝난 후에도 그 성금이나 정성이 원래 목표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결과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도 많고요. 당시 저도 그런 반신반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한교총의 ‘사랑의 집 짓기’ 프로젝트는 성공했습니다. ‘백서’도 발간했지요. 저는 2년에 걸친 과정을 보면서 한교총, 정확히는 류영모 목사님의 실행력에 주목했습니다.
류영모 목사님은 개신교계에선 ‘자수성가(自手成家)’형으로 꼽힙니다. 경남 거창 출신인 류 목사님은 어린 시절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거의 혼자 인생을 개척해 왔습니다. 어려서 웅변을 잘했던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장신대까지 학생회장을 도맡았답니다. 그는 부목사를 거쳐 1990년 서울 망원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소망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이후 경기 파주로 옮겨 등록 교인 1만 6000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지요. 문자 그대로 벽돌 한 장, 어린이 한 명, 프로그램 하나까지 류 목사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지요.
그렇게 키운 교회를 류 목사는 지난 2024년 ‘남’에게 물려줬습니다. 류 목사의 친인척 가운데 목회자가 있었음에도 그 사람에게 물려주지 않고 공적인 방식으로 후임자를 물색해 승계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그게 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 한국 개신교가 많이 성장하면서 교회 담임목사직을 아들이나 가족들에게 물려주는 일이 있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된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소망교회 인수인계 과정을 취재하면서 다소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한소망교회는 원로로 물러날 류 목사님과 후임으로 결정된 최봉규 목사님이 함께 출연한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했거든요. 내용은 매우 파격적, 구체적이었습니다. 가령 이런 내용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케이스를 겪으면서 류 목사님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특히 류 목사님이 담임목사직 은퇴 후 역점을 둔 프로젝트가 ‘나부터’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갑니다.
말로 솔선수범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실천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종교계에서도 이런저런 캠페인이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되는 일도 많이 봤습니다. ‘나부터’ 캠페인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쉽지 않은 일들을 솔선수범해온 류 목사님이 앞장선 캠페인이기에 기대를 걸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나부터’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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