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 쾰른시장 만나 "설치 안돼"
쾰른시 "일본과 협의"... 방해 노력 '계속'
지난 7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쾰른=신은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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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쾰른시 나치기록박물관(이하 박물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독일 일본 대사가 직접 쾰른시장을 만났던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 정부의 소녀상 설치 방해 로비가 쾰른에도 뻗쳤던 것이다.
25일 소녀상 설치 과정을 아는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박물관 앞 소녀상 설치가 논의되던 과정에서 시노 미츠코 주독일 일본 대사가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과 별도로 만났다. 한 관계자는 "(일본 대사가) 소녀상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한 자리"라고 말했다. 소녀상 설치를 기획한 칼 뢰셀 큐레이터가 진작부터 '일본 정부 압박'을 의심해 왔으나 미츠코 대사의 직접적 관여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쾰른시는 '소녀상 설치를 의제로 한 레커 시장과 미츠코 대사 회동 여부'를 묻는 한국일보에 "몇 주에 걸쳐 일본 당국과 접촉했다"고 에둘러 답했다.
앞서 레커 시장은 지난해 12월 '소녀상 설치 장소를 사유지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소녀상은 기념비에 해당하는데 기념비를 공공부지에 세우는 것은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기념비 설치 신청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다행히 쾰른시 정치위원회가 소녀상 설치를 승인하고 여러 지역 대표들의 지지 결의가 나오면서 소녀상은 결국 원안대로 설치됐다. 쾰른시는 "소녀상 설치를 막으려 하지 않았고, 관련 설치를 용이하게 하고자 주의를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소녀상 설치 방해 및 철거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 로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3년 3월 독일 카셀대에서 설치 8개월 만에 기습 철거된 소녀상의 경우, 프랑크푸르트 일본총영사가 설치 직후 카셀대 측과 만나 "소녀상은 반일 감정을 조장해 카셀 지역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분쟁 중인 독일 베를린 소녀상의 경우, 조형물 설치를 관할하는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장에 "소녀상 설치 이후 심각한 외교적 개입이 다방면에서 이어졌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 소녀상이 설치될 때도 주이탈리아 일본대사가 시장에게 직접 제막식 연기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대사의 쾰른시장 면담 사실은 한국 정부도 파악 중이라고 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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