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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신세철의 쉬운 경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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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지도층 인사들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불신 풍조가 슬그머니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에 사회 전방위로 휘몰아쳐 공동체 가치관을 엉망진창 부서트린다.

거짓말이 횡행하는 불확실한 사회에서 믿을 것은 당장의 힘뿐이어서 벼슬아치들은 백성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실력자 눈에 들려고 갖은 아양을 떨어 그들의 우두머리를 한층 더 타락시킨다.

그런 자들일수록 위기가 닥칠 때는 충성의 가면을 곧장 내던지고 그들 주인에게 대든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채홍사 노릇을 하며 갖은 아부를 다 했던 임사홍은 연산이 실각하자마자 하늘보다 높이 모시던 임금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최근 똥별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떠 오르는 부끄러운 역사다.

1994년인가 북핵 문제가 고조되어 한반도에 전쟁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북한이 도발하려면 먼저 중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WSJ 분석 기사를 읽고 어떤 자리에서 기사 그대로를 전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짓말 좀 한다."고 알려진 인사가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모처 수뇌부에게서 들은 정보라며 중국의 승인 없이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며 자신의 인맥을 부풀렸다. 눈알이 180도로 왔다 갔다 하면서도 거들먹거리다 주위 사람들이 묘한 미소를 지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꼬락서니를 보였다. 누가 그 같은 무리를 신뢰하겠는가?

사실상 거짓말인 아부는 급할 때는 아무에게나 빌붙다가 상황이 변하여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헌신짝 내치듯 하며 눈을 치켜뜬다. 그 거짓말 명수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손을 잡으며 평생을 함께 가자"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였다. 뒤에서 욕하던 그의 다짐이 거짓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그냥 도와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기르던 개에게 발뒤꿈치 물린다."는 속담을 실감하게 되었다. 거짓말쟁이는 결국 배신의 늪을 허우적거리기 마련이다. 필요할 때는 꼬리를 감추는 비루먹은 개가 되었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 봤냐는 듯이 짖어대는 똥강아지 행색을 감추지 못한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주변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인사일수록 거짓말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들의 거짓말은 혼자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를 더불어 함정에 빠트릴 위험이 있다. 언젠가는 눈치 10단이라고 알려진 유명 인사가 말하기를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해서 사람들의 헛웃음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그 새빨간 거짓말은 그 자신뿐만이 아니라 낳아주신 어머님까지 욕되게 만든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거짓말을 자주 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거짓말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불어나는 까닭은 양심을 마비시키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새끼 치며 계속하여 거짓말을 만들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에 장난삼아 하는 뻥도 습관이 되면 큰일 난다. 사실, 인간의 뇌는 좋은 기억만 저장하기에도 벅찬데, 거짓말을 하려면 불필요한 기억을 저장해야 하니 손해가 막심하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천사가 아닌 악마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악마가 되거나 악마의 친구가 되거나 다 똑같이 두려운 뒤끝이 기다린다. 사회 지도층이 되려는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거짓말로부터 독립하는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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