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산불’ 확산]
비행 경력 40년 넘은 73세 조종사… 의성 산불현장 이륙 7분만에 추락
산림청 “기장들 동요” 한때 운항 중단… 장비 태부족, 소방대원 피로도 가중
주한미군, 산불진화 헬기 4대 지원
헬기 추락 현장 수습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 산불을 끄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모 씨(73)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의성=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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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불을 끄던 진화 헬기 한 대가 26일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숨진 조종사 박모 씨(73)는 전날 오후부터 세 차례 산불 현장에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산불이 장기화되며 헬기 부족, 진화대원 피로도 문제가 가중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헬기를 동원한 진화 지원에 나섰다.
● 전국 진화 헬기 일시 운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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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1분경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서 산불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사고를 당한 기종은 S-76B 중형으로, 강원도 소속 임차 헬기다. 1995년 7월 미국에서 생산돼 30년가량 운영한 노후 기종으로, 물탱크 용량은 1200L다. 박 씨는 전날 오후 강원 인제에서 의성으로 넘어와 한 차례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이날 세 번째 작업을 위해 낮 12시 44분경 이륙한 뒤 7분 만에 추락했다. 박 씨는 4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으로, 임차 헬기 소속 항공사에는 2021년 입사했다. 산림당국은 헬기가 전선에 걸려 추락했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종 실수나 기계적 결함 가능성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헬기 추락 직후 산림청은 오후 1시 반 전국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 운항을 중단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인명사고가 발생해 기장들이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무(연기)가 심해서 추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헬기가 운항을 중단한 동안 지상 진화대원들만으로 산불에 대응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려주지 않으면 지상에서 진화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조종사 안전교육을 거쳐 2시간 뒤 사고 기종을 제외한 나머지 헬기를 순차적으로 다시 투입했다.
● 헬기 태부족에 진화대원은 체력 고갈
주택 대부분 전소된 영덕 석리마을 26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마을 주택 대부분이 산불에 전소돼 잿더미로 변해 있다. 영덕=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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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산불 현장에는 대형 헬기 등 진화 장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는 총 50대다. 이 중 담수량 8000L 대형 헬기인 S-64 기종은 7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담수량 3000L의 KA-32(카모프) 29대, 2000L의 KUH-1(수리온) 3대, 담수량 600∼800L의 소형급 11대 등이다. 주력 기종인 러시아산 KA-32 헬기 중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급이 막히면서 운용 중단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42대뿐이다. 이마저도 정비가 필요해 전부 띄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물탱크 용량이 1만 L에 달하는 대용량 미국산 CH-47 ‘치누크’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주한미군 헬기 산불 진화 투입하기로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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