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개국 국경 맞댄 윈난 쿤밍 자유무역구…
원스톱 서비스센터 활발 "공공서비스 개선돼",
부동산 창구만 '북적' 향후 신인도 회복이 관건
윈난성 쿤밍 자유무역시험구 내 원스톱서비스센터 전광판에 주요 교역국 통화들의 실시간 환율정보가 제공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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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줄 테니까 돈 싸들고 와서 현지법인만 세워달라는 얘기인데요."
재중 한국기업인들과 함께 지난 20일 찾은 중국 윈난성 쿤밍 자유무역시험구 내 원스톱 서비스센터. 환한 채광 속에 지하까지 뻥 뚫린 큰 원형 건물 속에 민원인들을 기다리는 센터 직원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시험구 내에 위치한 각국 기업인들에게 한 자리에서 통관과 물류, 금융, 의료, 사회복지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이었다.
절박한 외자 유치 갈증 속에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공공 서비스 질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는 게 공동 평가다. 동행한 한 한국기업 현지법인 관계자는 "공공서비스 불편 즉시 신고 채널이 생기며 일처리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아직 통용되는 중국이다. 대외신인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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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나라와 국경 접해..."윈난이 중국 경제 새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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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이 많은 상담창구들이 벽면을 따라 빼곡하게 자리한 가운데 입주 기업인들이 민원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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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남부 윈난성은 세 나라와 국경을 접한다. 미얀마와는 더흥·바오산을, 라오스와는 시솽반나·멍라, 베트남과는 훙허·윈산 등 도시를 기점으로 맞닿아 있다. 윈난성 성도 쿤밍에 윈난성 자유무역시험구가 2019년 문을 연 것도 동남아 국가들과 교류가 늘어나면서부터다. 대부분 중국 기업이지만 라오스와 태국 등 동남아 기업들도 다수 입점했다.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쿤밍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 이런 시험구가 22개 있다. 뜻밖에 원스톱 서비스센터 운영에 대한 평가가 좋다. 또 다른 한국 기업인은 "중국 산업단지 서비스센터는 선진국 운영방침을 벤치마킹 하고 있어 좋은 제도가 센터 오픈 동시에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하라면 무조건 하는 중국인들의 성향도 '원스톱'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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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다는 부동산 창구만 북적...투자신뢰 회복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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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1층 상담창구와는 달리 지하 1층 부동산 관련 상담창구는 몰려드는 민원인들로 북적였다./사진=우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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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이라는 국가 규제 시스템에 대해 불안감이 남았다는 거다. 개혁개방을 거치며 외자를 무한정 빨아들이는 듯했던 중국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외국 기업들은 속속 짐을 싸야 했다. 갑작스런 규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중국 정부의 노골적 자국 기업 육성에 밀려 입지를 뺏기고 철수하기도 했다.
중국의 FDI(외국인 직접투자)는 중국 외환관리국 집계 기준 2023년 330억달러(약 48조원)로 전년 대비 무려 82%나 줄었다. 30년 만에 최저치다. 작년엔 1~8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31.5% 줄어든 82억달러였다. 31년 만에 최저치가 가시적이다. 통계 방식이 다른 중국 상무부 집계로도 작년 FDI는 1136억달러(약 167조원)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
중국 전문가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이 얼마 전 보고서에서 "중국의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불확실한 규제 시행 가능성과 각종 R&D(연구개발) 투자 및 기술이전 요구는 한국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과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데이터보안 규제 등도 추가 비용이나 복잡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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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일대일로는 기회, 쿤밍에서 중국 미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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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서비스센터 내 24시간 서비스구역. 중국에선 아주 엄격한 여권 신규 발급이나 갱신 작업까지 무인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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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부족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대적인 자유무역시험구 설치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나 '일대일로' 등 중국 중심 국제무역협의체들을 통한 중국 경제 대외진출의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쿤밍은 RCEP 협력체 내에서 높은 위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10개국 및 한국, 중국, 일본 등 총 15개 대상국 중 복수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RCEP의 가장 큰 강점이 '원산지 누적 규정'인데, 쿤밍은 이 규정 효과를 가장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지리상 이점을 갖고 있다. 원산지 누적 규정은 역내 여러 국가 제품·재료를 조합해 만든 제품을 역시 역내 국가에서 생산하면 그대로 특혜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참여국 간엔 부품이나 재료가 국경을 여러번 넘어도 역내산으로 인정해준다.
일본 A자동차가 태국에서 차를 조립해 일본에 역수출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산 전장부품을 쿤밍으로 수입해 중국산 배선이나 금속부품을 조립해 모듈로 만들고 이걸 태국으로 수출한 뒤 완성차로 만들어 일본으로 다시 수출해도 관세가 없다. 부품 공급망이 완비된 데다 라오스~태국까지 이어지는 육상운송망을 가진 쿤밍은 가공거점이나 물류기지로 클 여건이 조성돼 있다.
쿤밍(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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