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졸지에) 제가 사진 조작범(이 됐네요)”…국힘 트집에 놀이로 응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 기소의 근거가 된 단체사진을 ‘조작’으로 규정하자 여권 인사들이 반발했다. 단순히 확대한 사진을 재판부가 조작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인데, 문제가 된 사진은 여럿이 찍은 단체사진을 마치 소수가 찍은 것처럼 잘라낸 것이어서 여권이 잘못된 비유로 사실을 곡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트리밍(잘라내기)과 클로즈업(확대)을 혼동한 여권의 행태를 비꼬는 놀이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논란은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으로부터 촉발됐다. 2021년 대선 당시 성남시의원으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위 소속이었던 이 최고위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등을 포함한 10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잘라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등 4명만 도드라지게 보이게 만들었고 이후 여러 여당 의원들에 의해 해당 사진이 확산했다. 검찰은 이 사진을 ‘2015년 외국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 대표와 김 처장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실제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해외 출장을 갔는데 어떻게 모르냐고 하지만, 하위 직원이라 (김 처장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아무리 넓게 확장해석한다 해도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까지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진에 대해 이 대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부분도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것이므로 골프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 “원본 일부(이 대표와 김 처장을 포함한 소수만이 한 프레임이 들어갈 수 있도록)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최고위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26일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가 나온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느냐”며 “속도위반 카메라에 찍힌 번호판 확대사진은 모두 조작이라 과태료를 안 내도 되느냐”고 주장했다. 사진을 확대한 게 어떻게 조작이냐는 것이다.



27일에도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주정차 위반 과태료 통지서도 사진을 확대해 보냈는데 많은 국민들이 법원이 확대 사진은 조작이라고 하니 과태료도 내지 않겠다고 법원을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언론인 여러분은 저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쓰지 말라. 사진 조작범이 될 수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문제는 피사체를 확대하는 클로즈업과 사진 일부를 떼어 내어 전혀 다른 의미의 사진으로 보이게 하는 트리밍은 그 개념이 다르다는 데 있다. 재판부는 트리밍을 지적했는데, 여권은 이를 클로즈업이라며 엉뚱한 논박을 한 셈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확대’랑 ‘잘라내기’도 구분을 못 하면, 국민의힘은 문해력을 넘어 어휘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권 비대위원장이 예로 든 ‘주정차 위반 과태료 사진’은 잘라낸 것이 아니라 안 보이는 것을 확대한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트리밍을 직접 시연해 보이며 여권의 반박 논리를 재반박하는 것이 놀이 문화로 확산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졸지에 제가 사진 조작범이 됐네요”란 글을 갈무리한 뒤 일부만 잘라내 “제가 사진 조작범”이라고 내용을 완전히 바꾸는 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여러 여권 정치인들 사진을 잘라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나 의미를 지니게끔 뒤바꾼 사진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이기인 놀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120가3456번호판을 잘라내서 1256차주에 벌금을 물리면 조작이라 과태료 안 내는 게 맞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120㎞ 속도 계기판 사진을 잘라내 20㎞로 바꿔서 속도위반이 아니라고 하면 그게 조작”이라고 비꼬았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