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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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크라이나전 종전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러 간 밀착은 ‘상수’로 작동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전 이후 서방 대 러시아 간 진영 싸움에 북한이 본격적으로 끼어 들면, 한국으로선 한층 까다로운 한반도 함수를 풀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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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된 북·러 조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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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자국 서부 최북단 무르만스크에서 장병들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떤 파트너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모든 브릭스(BRICS) 국가와 다른 나라들, 예를 들어 북한도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비(非)서방 진영의 결집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푸틴이 직접 북·러 조약의 구체 조항까지 거론한 건 북한의 대러 지원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종전 협상에서 미국 등이 북한의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할 때 이는 합법적 조약에 근거한 조치란 식의 방어 논리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크리스 먼데이 동서대 교수는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협상팀은 크렘린에 북한과의 밀착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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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뒤에도 '우리 편' 선언
지난해 11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전장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는 북한군. 이후 북한군 사상자는 4000여 명에 이른다. 사진=안드리 차플리엔코(우크라이나 언론인) 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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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까지 내세운 북·러 협력의 공식화는 종전 뒤에도 양측 관계가 공고하게 이어질 것이란 예고일 수 있다. 북·러의 밀착이 상수가 된다면 한국으로선 군사·외교적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러시아의 세계 전략은 변화했으며,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 동맹과 일본을 견제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 북한의 입지는 월등히 향상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종전이 되더라도 양측 관계가 지속될 거란 점을 주변국에 인지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앞으로 북·러 간 과장된 행동이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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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러 드라이브 러, 왜
다만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의 방러 관련 보도는 함구하고 있다. 북한 ‘최고 존엄’의 구체적 동선을 러시아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불쾌감의 표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이 러시아의 전승절에 참석한다면 단독 방문이 아니라 다자 행사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는 만큼 ‘푸틴의 들러리’ 모양새를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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