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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 대만 공격시 12만명 대피 계획에 "탁상행정"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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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공격 시 주민 대피 계획 공개
버스 기사 부족, 너무 적은 호텔 보조금
"현실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 불만만

F/A-18 전투기가 지난해 1월 31일 일본 남서부 오키나와현과 대만 사이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미국·일본 해상훈련 도중 미국 항공모함 USS 칼빈슨호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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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오키나와현 주민과 관광객 등 약 12만 명을 대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필요한 교통수단 확보가 어렵거니와 호텔·교통업계에 제공될 보조금도 턱없이 적다는 불만이 나온다.

28일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대만 유사시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키시마제도 소재 5개 지방자치단체 주민 약 11만 명과 관광객 1만 명을 규슈로 수송하는 피란 계획을 공개했다.

민간 항공기와 일본 자위대·해상보안청 선박 등을 활용해 하루 약 2만 명씩 6일에 걸쳐 규슈 7개 현과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 등 8개 광역자치단체로 수송할 방침이다. 후쿠오카현에 4만7,400명이 머물고, 야마구치·가고시마·구마모토현 등에 각각 1만3,000여 명이 체류한다. 일본 정부가 사키시마제도 주민 피란 계획을 책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들이 2023년 8월 8일 전북 부안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줄지어 운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부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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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계획이 공개되자 피난처를 제공해야 할 8개 광역자치단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규슈 지역 후쿠오카현에 가장 많은 인원이 대피하게 되는데, 대피 시 현내 모든 숙박시설이 공실이라는 가정하에 계산했다. 현내 한 호텔 지배인은 아사히에 "현청이 조사할 때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유사시 모든 객실이 비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최근 급등하는 숙박비를 고려하지 않은 보조금에 한숨을 내쉰다. 일본 정부는 대피 시 숙박시설에 1박당 식사 세 끼를 포함해 7,000엔(약 6만8,000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후쿠오카현 호텔 1박당 숙박비는 조식을 포함해 평균 2만 엔(약 19만4,000원)이다. 아사히는 "호텔 관계자들은 '비상상황이니 협력해야겠지만 (정부 보조금이) 너무 적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버스업계도 '운전기사가 부족해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피 계획에 따르면 후쿠오카현으로 대피하는 피난민 중 절반에 가까운 2만 명이 버스로 가고시마공항에서 200㎞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버스협회는 "2023년 기준 일본 전역에 1만여 명의 운전기사가 부족해 유사시 대응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환자, 임산부 등 대피 시 배려가 필요한 피난민들을 위한 대응 방안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아사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여름부터 주민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은 안전한 대피가 가능할지 불안해했다"며 "대피 시 경제 지원과 재산 보전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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