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연구소와 전시장 운영...세계 최대 온라인 시계 판매소 겨냥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인터넷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업체인 두나무가 2021년 신생기업(스타트업) 바이버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바이버는 고가의 명품 시계를 사고파는 온라인 시계 거래소다. 사업 첫해 20억 원이었던 바이버의 월 거래액은 지금 100억 원을 넘어섰다. 두나무가 왜 갑자기 암호화폐와 상관없는 시계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문제연(51) 바이버 대표를 만났다.
문제연 바이버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온라인 명품 시계 거래소 '바이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명품 시계 사업을 하며 그동은 차던 스마트 시계 대신 롤렉스의 '데이토나'를 구입했다. 류기찬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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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투자상품이다
두나무가 바이버를 설립해 시계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명품 시계를 금이나 그림 같은 대체투자자산으로 봤기 때문이다. 수량이 제한된 명품 시계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두나무는 주식이나 암호화폐처럼 거래 후에도 가치가 유지되는 상품에 관심 많아요. 실물자산 중 명품 시계가 그렇죠. 즉 시계는 대체투자자산이에요. 그래서 두나무는 실물자산에 처음 투자하는 분야로 명품 시계를 골랐어요."
하지만 여러 기능을 가진 스마트 시계를 차거나 스마트폰을 시계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과연 시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여기서 가능성을 본다. "전 세계 명품 시계 시장에서 미국 일본이 1, 2등이고 한국은 10위권 밖이에요. 일본의 명품 시계 시장 규모가 약 7조 원, 중고거래를 포함하면 약 16조 원 규모인데 한국은 1조 원 미만이에요. 5, 6위 홍콩 싱가포르보다 작아요. 그 얘기는 국내 명품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뜻이죠. 지금 뛰어들면 시장을 만들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문 대표는 명품 시계 문화를 만드는 일에 공을 들인다. 명품 시계의 특성과 역사, 그 시계를 찬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 소개한다. 서울 압구정동에 전시장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한 군데에서 100여 종의 명품 시계를 착용해 보며 색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국내에 이런 공간은 유일하죠. 반응이 좋아 6월까지 두 번째 전시장을 서울에 마련할 예정이에요."
온라인 명품 시계 거래소 바이버가 운영하는 연구소 모습. 명품 시계업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명품 시계를 감정한다. 바이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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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운송차량으로 배송
2022년 8월 개설한 '바이버' 서비스는 롤렉스, 브레게, 파텍 필립, 피아제, 카르티에, 오메가, 불가리, IWC, 위블로, 에르메스, 샤넬 등 20개 업체에서 만든 수천 종의 명품 시계를 거래한다. 문 대표는 국내에서 중고부터 신품까지 명품 시계를 가장 많이 다루는 곳이라고 자부한다. "중고 거래를 중개하거나 직접 사들여 판매하죠. 전체 거래 중 신품이 60%, 중고가 40%를 차지해요."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이를 위해 롤렉스, 카르티에, 리치몬드 등 명품 시계업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기술자들로 구성된 검수센터 역할을 하는 시계연구소를 운영한다. 바이버에서 판매하는 모든 중고 명품 시계는 반드시 16명 기술자들이 모인 연구소를 거친다.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면 팔 수 없다. "전문가들은 맨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집까지 현미경으로 검사해 찾아내요. 정품으로 알고 구입한 정교하게 만든 가품도 찾아내죠. 워낙 꼼꼼하게 검사해 사진을 찍고 판매를 허용하기까지 1주일 정도 걸려요. 판매자는 검사 과정을 거친 뒤 가격을 정해 바이버에 올려 놓죠."
특이한 것은 일부 신품 시계의 경우 제조업체보다 비싸게 판다. 그래도 명품 시계의 희소성 때문에 팔린다. "수량 제한 때문에 롤렉스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시계가 있어요. 그런 경우 롤렉스 매장보다 비싸도 구입하죠. 4,000만 원대 롤렉스 '데이토나'는 예약하면 구입까지 10년 걸린다는 말이 있어요. 약 2억 원에 팔리는 파텍 필립 등 희귀상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바이버의 매력이죠."
그러다 보니 바이버 이용자는 어느새 10만 명을 넘어섰다. “제품당 평균 판매 가격이 1,700만 원으로 국내 어떤 명품 매장보다도 객 단가가 높아요."
스마트 시계가 세상을 평정할 것으로 봤던 문제연 바이버 대표는 요즘 명품 시계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날로그 명품 시계가 희소성 때문에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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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온라인 명품 시계 판매업체 될 것"
바이버의 매출은 거래 수수료다. 매출은 수수료 기준으로 지난해 약 40억 원을 기록했다. "판매자로부터 판매 가격 대비 3~4%, 구매자에게는 검수 진단비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아요. 다만 1억 원 넘는 시계도 있어서 판매 수수료는 최대 30만 원, 구매자의 검수 진단비는 5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정했어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한 문 대표는 컨설팅 업체를 거쳐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코리아에서 전략총괄과 영업본부장, 컬리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2023년 두나무로 옮겼다.
그는 바이버 대표를 맡으면서 커머스 테크란 용어를 만들었다. 커머스 테크는 전자상거래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바이버 앱에서 영어를 선택하면 AI가 해외 배송이 가능한 상품만 보여줄 예정이에요. 또 상품 추천 이유와 가격 정보, 각종 시계 정보를 대화하며 보여줄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입니다."
그의 목표는 5년 내 미국과 유럽의 최대 온라인 시계 판매업체를 넘어서는 것이다. "명품 시계를 사려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바이버 앱을 이용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AI를 전자상거래에 결합해 미국의 1916컴퍼니, 유럽의 크로노24 등 온라인 시계 판매의 양대 산맥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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