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서 살아남은 이들, 끌고 가서 재차 살해"
적신월사 8명·유엔 1명 사망… 민방위 6명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숨진 의료진을 추모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칸유니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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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유엔 직원, 구호요원, 의료진 등 비전투 민간인 여러 명을 대놓고 죽인 뒤 한꺼번에 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3월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텔 알술탄 지역에서 15명을 차례로 살해하고 집단 매장했다. 적신월사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사망자 중 8명은 적신월사 직원, 6명은 민방위대원, 1명은 유엔 직원이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밝힌 사건 경위는 이렇다. 공습 사상자들을 도우러 간 구급차 한 대가 본부와 연락이 끊기자, 적신월사 측이 구급차와 민방위대 트럭 등 차량 다섯 대를 추가로 현장에 보냈는데 이스라엘군이 이들 차량을 집중 포격했다. 다샤르 무라드 적신월사 보건프로그램국장은 "공격 당시 차량에 탄 구급대원 한 명과 실시간으로 전화를 주고받고 있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살아남은 이들을 묶어서 끌고 간 뒤 다시 살해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당초 이번 사건에 대해 "헤드라이트나 어떤 비상 신호도 켜지 않은 채로 수상하게 다가오는 차량 여러 대를 향해 군이 발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해당 지역이 '적극적인 전투 지역'이었다며 당시 차량은 이스라엘군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측은 "텔 알술탄은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진 지역이며 해당 차량의 움직임은 어떤 조율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체는 이스라엘군이 사망자들 시신을 인근 모래더미에 집단 매장했고, 일주일 넘게 시신 수습도 막았다고 주장했다.

전쟁에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이나 의료진을 해치는 행위는 국제인도법 등을 위반하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반인도적 범죄 등 혐의로 수배한 바 있다.

백혜진 인턴 기자 bhj82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