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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구조대원 “장비 없이 맨손으로 시신 꺼내… 제발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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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사망 최소 1644명… 국제사회에 지원 호소

규모 7.7의 강진이 강타한 미얀마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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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7의 강진이 28일 미얀마와 태국을 강타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현지에서는 건물 잔해에 파묻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강진이 덮친 다음 날인 29일 기준 미얀마 현지 사망자 수는 16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날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밝힌 144명에서 11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지진의 진원지와 가까운 곳이자,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 건물에서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여진도 이어지고 있어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 수는 1644명, 부상자 수는 3408명이다.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만달레이에서 구조대원을 자원한 한 남성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맨손으로 사람들을 파내고 있다”며 처참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맨손으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라며 “잔해에 깔린 시신들을 꺼내 수습하고, 생존자들을 구해내려면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도와주세요, 살려줘요’라며 울부짖고 있다.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구조대원 역시 “한 고층 건물에서 하룻밤 사이 50여 명을 구출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형 기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생존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고, 우리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며 “장비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잔해를 제거하고 갇힌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구조대원은 “처음 구조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현장은 참혹했다”라며 “대부분의 건물들이 붕괴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달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있었다”고 아비규환이 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만달레이 종합병원이 거의 꽉 찬 상태이며 병원 건물 역시 손상됐다고 했다.

그는 밤이 되어서도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잠을 이루지 못해 길바닥에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며 “눈앞에서 가족, 친구, 친인척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상황.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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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에 따르면 수백 명의 사상자가 수도 네피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응급실 입구가 무너져 환자들이 밖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한 의사는 “이런 일은 처음 봤다. 우리는 이 상황을 잘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한 만달레이 주민은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우리 마을의 모든 탑과 사원, 계단까지 무너졌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이어 “이런 슬픈 상황을 보니 마음이 찢어진다.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봤다”고 했다.

생존자인 테트 민 우(25)는 쓰러진 벽돌담 아래 깔렸으나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할머니와 삼촌 두 명이 건물 아래에 깔려 있었다”라며 “손으로 치우려고 애썼으나 헛수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잔해가 너무 많았다. 우리를 구해줄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미얀마는 2021년 이후 군사정권 통치 아래 있다. 이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더라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일부 지역에는 고의로 이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는 “인터뷰에 응한 만달레이 주민들은 아직 군 당국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잔해를 치우기 위해 민간 사업체에서 기계를 빌렸다고 밝혔다. 그는 “군 당국으로부터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현지 생존자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장비 지원을 호소하고 나서기도 했다. 한 생존자는 “가족이 모스크 잔해에 깔려 숨졌다. 우리는 가족들의 유해를 꼭 수습하고 싶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도움을 청했다. 그는 “우리는 무거운 콘크리트 블록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크레인을 빌려야만 한다”라며 “누구든지 정보가 있다면 저희에게 연락해달라”고 적었다.

미얀마에 가족과 지인들을 두고 떠나온 이들의 걱정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미아트 수 페잉은 “처음에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정말 걱정이 많이 됐다. 가족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진원지 인근에 사는 친구와는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지 계속 휴대전화만 확인하고 있다. 정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락을 취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며 “그들이 안전한지만 알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진 피해를 입은 태국 방콕 상황.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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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를 입은 태국 방콕에서도 아수라장이 된 현장 상황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태국 방콕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작업에 참여한 목격자 믹 오셰이는 BBC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환자들을 휠체어나 들것에 싣고 나왔으나, 휠체어와 들것이 바닥났는지 (환자들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등에 지고 나오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임산부가 들것에 실려 건물 밖으로 대피한 후 들것에 누운 상태로 의료진에 둘러싸여 거리에서 출산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현지 구조대원들은 방콕의 미완성 초고층 건물 붕괴 현장에서 잔해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구조대원들과 매몰된 생존자들이 끊이지 않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이 붕괴 현장에서 지금까지 시신 6구가 확인됐다. 이곳에서 실종된 건설 노동자는 약 100명이다. 추적견들과 드론이 투입돼 매몰된 생존자들을 찾아내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수색 작업의 난도가 높아 아직 어느 구역에 진입해야 할지 정하지는 못했다고 구조대원들은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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