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3만7361명 발생…대피소에는 주민 6133명 피신 중
좁은 공간서 장기간 머무르면 재해관련사 우려…"한국도 집계 필요해"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25일 산청군 단성면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휴식하기 위해 구호 쉘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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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7361명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여드레 동안 계속된 영남 지방 대형산불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 수다.
30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화마는 서울 면적의 60%가 넘는 토지(4만 5157헥타르)를 휩쓸었다. 이 여파로 주택 2221채와 시설물 2412곳이 무너졌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기준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은 6133명으로 체육시설·학교 등에 피신 중이다.
대피소에는 개인 공간 확보를 위한 구호 텐트가 줄지어 쳐져 있다. 텐트는 가로·세로 2m, 약 1.2평 정도의 크기다. 잿더미가 된 집을 떠나 잠시 몸을 누일 수는 있겠지만 이처럼 협소한 공간에 장기간 머무는 것은 자칫 '재해관련사'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재난보다 무서운 재해관련사
재해관련사(災害關連死)는 지진 피해가 빈번한 옆나라 일본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재난·재해에 직접 노출되어 숨지는 '직접사(直接死)' 외에 피난 생활 중 지병이 도지거나 몸이 쇠하여 사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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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관련사는 재난보다도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어 위험하다. 일본 소방청 등에 따르면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니가타 주에쓰 지진 △2019년 태풍 15호의 경우 재해관련사가 직접사를 웃돌았다. 특히 구마모토 지진은 사망자의 80%가 재해관련사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화장실 등 생활 편의 시설 부족으로 인해 개인위생이 악화하고 감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재해관련사도 재난·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하고 배·보상하고 있다. 사망자가 생계부양자인 경우는 500만 엔(약 4900만 원), 그 이외에는 250만 엔(약 2440만 원)의 조위금(유가족 위로금)이 지급된다.
재해관련사 통계조차 없는 한국…대피소 생활 장기화 대비해야
기후 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 재난·재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에서 재해관련사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행정안전부(행안부) 재난 대응 총무과 관계자는 "대피 중 사망하거나 대피소 안에서 사망한 인명에 대한 통계는 (행안부에서) 다루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방이나 경찰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해관련사는 2차 사고"라며 "한국도 재해관련사 개념 도입이 필요하고 사망뿐만 아니라 부상·정신적 트라우마 등 2차 피해까지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발생된 의성 산불 영향권에 있는 한 요양원의 노인들이 임시대피소로 이송돼 휴식을 취하고 있다..2025.3.23/뉴스1 ⓒ News1 신성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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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도 "집이 소실되는 산불의 경우 길게는 수개월 이상 (대피소에) 계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다른 재난과는 다르다"며 "산불 진압이 완료되는 단계에서 복구도 중요하지만, 대피소에 계시는 동안 불편함이나 문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재해관련사 통계를 구축하고, 재난피해자의 온전한 일상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참사권고위원회는 재난안전법에 '재난회복'의 개념을 명시하고, 무형의 피해항목을 신설하는 등 광범위한 재난피해를 인식하고 지원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상북도는 지난 28일 "이재민에게 긴급 임시주거시설을 지원하겠다"며 "체육시설, 학교 등에 대피 중인 이재민을 신속히 정부·기업 연수시설 및 호텔·리조트 등 선진주거시설 및 에어돔 형태의 바로 입주 가능한 시설로 옮기고 임시거주용 조립주택을 신속히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 단 재해관련사의 골든타임인 '한 달 이내'에 충분한 공간과 사생활이 보장되는 2차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목표 기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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