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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르포] 벌통·어선·정비공장 산불에 활활…영덕 주민 "생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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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봉농가 13곳, 양식장 6곳, 수산물가공업체 3곳…어선도 19척 피해

    바닷가 마을, 횟집·펜션도 타…"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연합뉴스

    산불에 타버린 벌통 흔적
    [김경란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집이 탄 것도 문제지만 당장 생계 수단이 다 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동북부지역을 휩쓴 '경북 산불'로 많은 주민이 생계 수단을 잃어 낙담하고 있다.

    영덕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경란(58)씨는 이번 산불로 지품면 낙평리에 있는 집과 벌이 든 통 500개, 양봉 기자재를 모두 잃었다.

    벌도 모두 사라졌다.

    김씨는 영덕읍 1곳과 지품면 2곳에 벌통이 분산돼 있었으나 산불이 워낙 빠르게 덮쳐 몸만 빠져나오느라 미처 손 쓸 틈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산불이 영덕으로 온다고 해서 벌통을 옮기려고 했는데 산에서 떨어진 불똥이 벌통에 떨어져 순식간에 활활 타면서 차를 타고 급하게 피해야 했다"며 "당장은 딸 집에 와서 지내고는 있지만 전업 양봉을 했는데 앞으로 먹고 살 일이 걱정"이라고 전했다.

    30일 영덕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영덕에서는 양봉농가 13곳이 벌통 3천400군이 타는 손해를 입었다.

    이번 산불은 평지보다는 산과 가까운 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다.

    양봉 농가는 민가와 좀 떨어진 산자락에 벌통을 놓아두는 일이 많아 피해를 직접 본 경우가 많다고 양봉 농업인은 입을 모았다.

    지품면 복곡리에서 양봉업을 하는 주민(62)도 산불로 창고에 든 양봉 기자재와 벌통을 모두 잃었다.

    그는 "평생 일군 것을 한 방에 날렸다"며 힘없이 말했다.

    이와 함께 영덕에서는 양식장 2곳이 산불로 물고기 30만마리가 폐사하는 등 양식장 6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수산물가공업체 3곳도 타서 일하는 직원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노물리에서만 어선 12척이 타는 등 영덕에서 19척의 배가 탔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는 어민으로서는 먹고 살 일이 막힌 셈이다.

    연합뉴스

    산불에 불탄 어선
    (영덕=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지난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항구에 어선이 산불에 전소된 가운데 해경 관계자들이 부유물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이 배는 선착장 한쪽에 치워진 상태다.



    연합뉴스

    산불에 피해를 본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촬영 손대성]


    이뿐만 아니라 노물리나 경정3리 등 영덕 바닷가 마을에서는 횟집이나 펜션도 많이 탔다.

    영덕읍 노물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경순(75)씨는 "50년간 식당을 했는데 식당이 전부 탔다"며 "예약받아놓은 것도 다 취소해야 하니 안타깝다"고 발을 굴렀다.

    축산면 경정3리에서 회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임모씨는 "건질 것 하나 없이 싹 다 탔다"며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산불에 탄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식당
    [촬영 손대성]


    영덕읍 외곽인 화수2리 일대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체들도 하나같이 산불로 피해를 봤다.

    30일 둘러본 자동차 정비업체엔 수리 중에 산불이 닥쳐 차체만 앙상하게 남은 차나 중장비가 많이 보였다.

    한 업체에는 10대, 다른 업체에는 9대 등 정비업체마다 불탄 차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한 정비업체에는 일요일임에도 직원 6명이 나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나와도 할 일은 없지만 집에 있으면 뭘 하겠나 싶어서 나와봤다"며 "이쪽 라인에 있는 정비업체는 전부 피해를 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산불에 탄 자동차
    [촬영 손대성]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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