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군복 생산으로 일자리 늘고 자원병은 거액 쥐어…'부의 재분배'
니즈니타길의 러시아 방위산업체 우랄바곤자보드 공장에서 T-72 전차를 조립하는 노동자들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전시경제로 전환하면서 빈곤에 시달리던 '러스트 벨트'(Rust Belt·쇠퇴한 산업중심지)에 활기가 돌고 있다.
막대한 양의 무기와 군사물자를 생산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한 데다, 자원입대한 병사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쥐여주면서다. 일부 특권계층이 독식했던 부(富)가 전쟁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재분배된 셈이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자국 중·동부에 몰려 있는 쇠락한 공업지대에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출구 없는 소모전이 돼버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려면 새 무기와 군복, 식량, 연료 등을 끊임없이 생산할 수밖에 없어서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러시아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는 "이 전쟁은 어떤 면에서 (부의) 큰 균등화를 가져왔다"면서 "이 전쟁은 평화 시에는 성공할 가망이 별로 없고 교육받지 못한 채 궁핍한 지역에 살던 이들에게 많은 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러시아의 실업률은 작년 말 기준 2.4%로 전쟁 전(4.3%)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자원입대자에게 주어지는 목돈도 빈곤층의 소득이 높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몰린 현지 젊은이들 |
러시아 중부 마리엘 공화국의 경우 자원입대자에게 이 지역 노동자의 3년 치 임금에 해당하는 300만 루블(약 5천200만원)이란 거금을 지급한다. 덕분에 마리엘 공화국 주민의 명목 소득은 전쟁 전 대비 80% 급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중부 체크보사리 지역 주민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요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30분씩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이 좋지만 아파트나 차를 살 수는 없어서 약간 더 나은 품질의 식료품을 사고 좀 더 자주 외식하는 데 돈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러시아 기업들은 그간 외면했던 러스트 벨트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스크바 일대에서만 운영되던 회원제 헬스장 체인 스피릿 피트니스는 최근 우랄 지역 제2 도시인 첼랴빈스크에 지점을 열었다.
하바롭스크에서 현지 공장시설을 둘러보는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 |
미용 서비스와 반려견 미용 업체 등이 우후죽순 생기는 가운데 러시아 남동부 하바롭스크 지역에선 소매 및 접객업 구인 광고가 이전의 갑절 수준으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의 가족에게 주어지는 위로금도 소득 수준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시경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의 러스트 벨트 지역이 당장 침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핀란드 중앙은행 산하 신흥경제연구소(BOFIT)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 라우라 솔랑코는 "대외무역 지형 변화로 혜택을 받는 지역들은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군수산업과 생산이 증가한 지역도 마찬가지"라면서 "(전쟁이 끝나도) 러시아는 오랫동안 재무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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