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재부는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매입 논란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주로 정치권에서 공격하는 사안인 만큼,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야당에 새로운 타격점을 내어주는 양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듯한데요. 하지만 기재부는 이런 입장을 밝힌지 약 3시간 만에 대변인실을 통해 공식 소명을 내놨습니다.
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논란의 핵심은 '경제 수장'인 그가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얻는 '해외 자산'에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최 부총리에게 좀 더 책임을 지우는 다른 말로는 '외환 방어' 의무가 있는 그가 오히려 '환율 급등'을 노려 '강달러'에 투자했다고도 합니다. 최근 발표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해 1억 9712만원 상당의 미국 30년 만기 채권을 사들여 보유 중입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3.30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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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매입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비판을 더욱 가중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023년 인사청문회 당시에 1억 7000만원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야당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부적절했다면 그 비판을 수용하겠다"고 답한 뒤 실제로 갖고 있던 미국 국채를 모두 매각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인 건데요.
이날 해명문을 발표하기 약 3시간 전, 기재부는 공식적인 소명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의문을 가진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먼저 기자들은 정부가 침묵을 유지할수록 국민들은 '외환 위기 베팅' 등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믿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야당도 정부가 반박하지 않으니 자기 논리에 더욱 힘을 얻어 점차 세게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기재부는 이런 지적들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08.17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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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의 미국 국채 매입에 대해 민주당이 문제 삼는 사안들이 무엇인지,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 등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등등을 자세하게 들여다볼까요.
먼저 '시기'의 문제가 있습니다. 최 부총리가 미국 국채를 언제 매입했냐는 건데요.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수직 상승하며 외환위기급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경제 수장이 도리어 본인 수익을 노리고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데 집중했다면, 당연히 국민적인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지난해 중순에 매입했다"며 시기를 콕 집어 대면서 부인했습니다.
'수익'에 대한 사안도 쟁점입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환율 급등 위기 속에서 달러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최 부총리 개인의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인데요. 이에 대한 기재부 모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거든요.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국채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이를 매각하려 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합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수장'이 해외 채권에 거액의 자산을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과연 '국민적 정서'에 받아들여질까요.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에서는 물론, 더 크게 보면 '시장'의 관점에서도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함이 생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앞서 지난 2023년 최 부총리가 "비판을 수용하겠다"며 미국 국채를 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매입했다는 점도 서운함을 더욱 가중하는데요.
최 부총리가 법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또 그가 우리나라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자라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죠. 어쩌면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경제 부처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나 환경부 등등의 수장이 해외 채권을 매입했다면 아무런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요. 고위 공직자로서 억울함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의 '높은' 위치를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참외밭을 지날 때 혹여 도둑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니 신발끈을 묶지 말라고도 말했습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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