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초대형 인공태양 늦어지니 소형 태양으로?... 핵융합 발전 실현 가능한가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형 소형 혁신 핵융합로 계획 공개
국제공동 실험 장치 늦어지는 가운데
10년 내 작은 장치로 바꿔 가동 제안
기존 기술 답습인데 실현되겠나 의문

1일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민관 협력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형 소형 혁신 핵융합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초대형 ‘인공태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가동이 늦어지며 핵융합 발전 상용화 실험에 속도가 나지 않자, 10년 안에 소형 인공태양을 만들어 핵심기술 개발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설계가 기존 기술을 답습하는 데다 실제 추진 결정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 핵융합 발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민관 협력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발표한 뒤, 학계와 산업계가 논의한 한국형 혁신형 핵융합로 설계와 목표 등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핵융합연이 발표한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설계 및 건설 계획안’에 따르면, 소형 융합로는 반경이 ITER의 절반 수준인 4m이며, 열출력은 300메가와트(MW)급이다. 2030년까지 공공 주도로 개념 및 공학 설계를 완료한 뒤 2035년쯤 건설해 실증 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2040년대 전반에는 민관 참여를 통해 삼중수소 등 연료를 자체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실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소형 혁신 핵융합로가 떠오른 이유는 그동안 중점을 두었던 대형 핵융합로가 가동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이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초대형 핵융합 장치인 ITER는 2010년 건설이 시작됐지만 가동이 계속 늦어져 실제 에너지 생산은 빨라야 2039년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국내에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 원천기술로 1,000MW급 대형 실증로(K데모)를 만든다는 계획이나, 건설이 오래 걸려 2050년 전력 생산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시우 핵융합연 부원장은 “소형 핵융합로를 개발하고 여기서 전력 생산을 실증하며 얻는 데이터를 통해 ITER의 향후 가동에도 도움을 주고, K데모 건설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소형화 및 모듈화로 민간 기업의 참여와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산업계가 소형 핵융합로로 눈을 돌리는 건 국제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국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자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TER의 완공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인공태양을 만들고 실증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은 2040년 전력 생산을 목표로 2019년부터 소형 핵융합 장치(STEP)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소형 핵융합 실험장치(BESG)는 2027년 완공 예정이다. 미국은 50여 개의 스타트업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혁신형 핵융합로의 구조가 ITER와 KSTAR 같은 '토카막'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도넛 형태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내는 초전도 자석을 설치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장치로, 핵융합로의 핵심이다. 바로 이 토카막 설계 오류와 조립 지연이 ITER 완공이 늦어진 주요 이유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형화하는 설계를 ‘혁신형’이라 할 수 있냐"는 참석자들의 지적도 나왔다.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각국이 소형 핵융합로를 개발하는 현재로서는 기술적 혁신보다 빠른 핵융합 구현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소형 토카막을 10년 안에 먼저 구현하는 것 자체도 충분히 도전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혁신형 핵융합로가 빠른 건설과 실증을 위해 논의되고 있지만, 이 사업이 확정되려면 다시 시간이 걸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혁신형 핵융합로 도입 여부나 어떤 설계를 추진할지 등을 결정하려면 여러 차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이번 행사는 민간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대전=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