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하나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1964년생/ 대구 중앙상고/ 한일은행/ 1992년 하나은행 입행/ 영남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부행장)/ 2023년 하나카드 사장/ 2025년 하나은행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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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이지만 한편 수긍 가는 인사.’
이호성 신임 하나은행장(61) 선임을 두고 금융권에서 나오는 평가다. 이 행장은 하나금융그룹 내 대표 영업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직전까지 하나카드 대표로 혁혁한 공을 세운 뒤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그룹 내에서는 ‘파격 승진’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행장은 은행원 시절에도 유명했다.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출발해 기업금융전담역(RM), 지점장, 영업본부장, 영남영업그룹장, 중앙영업그룹장 등 은행의 주요 영업 직책을 두루 거쳤다. 특히 은행 그룹장 시절에는 행원부터 지점장까지 모아놓고 본인의 영업 노하우와 리더십에 관한 강의를 50여 차례에 걸쳐 진행했을 정도로 영업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특히 하나카드의 해외 플랫폼인 ‘트래블로그’로 그의 이력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해외여행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트래블로그’는 하나카드를 넘어 업계 전체에 해외여행 전용카드·플랫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가입자 700만명, 환전액 3조원, (손님이 아낀) 수수료 1700억원 돌파 등 전무후무한 숫자를 줄줄이 만들어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체크카드 매출이 2024년 3분기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도 이끌어냈다.
이런 경력은 단순히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리더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각인시켰다. 그 덕에 1964년생인 이 행장은 항간에 불던 ‘시중은행 CEO 세대교체론’을 가볍게 뛰어넘고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기업대출 심사 위해 새벽 방문도
하나금융지주는 이호성 행장 발탁 배경에 대해 “영업력을 중심으로 은행 체질을 재정비하고, 손님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가 추진해야 할 ‘은행 체질 재정비’가 뭘까.
이런 때 손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영업 철학과 현장을 중시하는 실천력이 강점인 이 행장이 투입되면서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부응하듯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하나은행을 손님 중심의 대한민국 대표 은행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란 좌우명을 소개했다. 어떠한 난관에도 길을 내고 다리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그가 제시한 3대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 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 모델 혁신’ ‘손님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이다. 여기에 더해 하나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맞춤형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은행장 취임 후 그는 은행 임원·간부 대상으로 벌써 강연을 진행하며 ‘기업금융 강화’와 ‘영업 노하우’ 전수에 이미 나섰다. ▲손님 관리 ▲리더십 ▲영업전략 등 그의 30여년 ‘비기(祕器·비밀무기)’를 모두 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강연에 참석한 임원에게 전해 들은 한 중소기업 발굴 사례가 눈길을 끈다.
신용등급상 대출을 해주기에 애매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 당시 행원 시절 이 행장이 근무하던 영업점에 찾아왔다. 대출 담당이던 그는 애매한 숫자 심사 대신 경영자의 평소 행실, 진실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 수출 기업이라 그 기업은 이른 아침에 혹은 밤늦게 제품 출고를 하는 일이 많다는 말을 듣고 하루는 새벽에 그 회사를 몰래 찾았다. 사장은 제일 먼저 공장에 나와 주변을 청소하며 일찍 출근하는 임직원을 맞이했다. 직원 출근 시간은 오전 6시 이전이었는데 직원들도 사장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그는 대출을 확정지었다.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기업은 이후 달러를 벌어들이며 승승장구 끝에 대출을 잘 상환했다. 이후 지금까지 하나은행의 우수 고객 기업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강연을 들은 한 은행 임원은 “막연히 ‘영업통’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람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단순히 적극성만 발휘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설명해줘 큰 도움이 됐다”며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기업 금융 분야 개척, 발굴을 더 해야 할 때인데 후배들에게도 적극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귀띔했다.
시니어·기업금융 방점
다만 저금리 시대에 이자 수익 감소와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신규 서비스 발굴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가계대출 위주 수익 전략의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자본 시장 발전으로 기업대출 수요도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쓴 보고서 내용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이 행장은 해외 진출, IB(투자금융), 외환 거래 수수료, 스타트업 투자, 임베디드금융 등 비이자이익 발굴에 좀 더 공을 들인다는 구상이다.
다행히도 이 행장 취임 후 하나은행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니어 금융 서비스 강화를 위해 ‘하나 더 넥스트’를 내놓는가 하면 소호사업부를 기업그룹 내에 신설하면서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제4인뱅인 한국소호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 밖에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신규 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등 이 행장 특유의 ‘숨은 수요처 발굴’ 전략도 점차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이 행장이 하나카드에서 쌓은 성장 공식을 하나은행에서 또 어떻게 잘 풀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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