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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남자는 골프만 치면 왜 치사해질까”… 블랙코미디 ‘로비’로 돌아온 감독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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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삼관’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연출작
    “2020년 골프 배우며 느낀 점에서 착안”
    “제게는 블랙 코미디가 맞다고 생각해”
    한국일보

    하정우 감독은 연기할 때 동료 배우를 보는 눈과 카메라 밖에서 감독으로서 배우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고치려고 하나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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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기업인이 골프장에서 로비를 시도한다. 정부 부처 주요 관계자가 대상이다.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은 기술력이면 다 된다는 순박한 생각을, 라이벌 회사의 광우(박병은)는 로비면 뭐든 통한다는 천박한 사고를 각각 지녔다.

    2일 개봉한 영화 ‘로비’는 두 사람의 상반된 언행을 통해 한국사회의 위선을 까발린다. 배우 하정우가 ‘허삼관’(2015)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연출작이다. 하 감독을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투자배급사 쇼박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핼쑥했다. 하 감독은 지난달 23일 언론시사회를 앞두고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고 최근 퇴원했다.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 닮은꼴

    한국일보

    영화 '로비'는 고지식한 스타트업 대표가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부 부처 고위 간부에게 골프 접대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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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는 하 감독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2013)를 닮았다. ‘롤러코스터’가 여객기 승객들의 천태만상을 그렸다면, ‘로비’는 골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펼친다. 블랙 코미디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는 “‘허삼관’ 이후 새 영화를 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연출 방향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 감독은 “아무래도 제게는 블랙 코미디가 잘 어울린다고 결론을 내린 기간”이라고 했다. 그는 “남들이 범죄 스릴러로 생각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와 ‘쓰리 빌보드’(2017)를 저는 블랙 코미디로 받아들일 정도로 이 장르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뒤늦게 골프를 배우며 ‘로비’를 착안하게 됐다. “골프를 하면 제아무리 점잖고 우아한 남자도 1,000원 내기에 치사해지고 인성의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골프를 소재로 한 영화 연출을 마음먹었다. 공무원인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골프장에서의 로비 실태를 들으며 시나리오 윤곽이 잡혔다. 하 감독은 “골프를 치러 가면 늘 모르는 분이 한둘 끼고는 했다”며 “처음 만난 이들이 종종 선을 넘는 모습을 보며 연예인이 로비 골프에 합류하는 설정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민수 말에서 대사 따오기도”

    한국일보

    창욱(오른쪽)은 정부 부처 최 실장(가운데)에게 어설프게 접대 골프를 하면서 여러 소동을 빚어낸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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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진이 화려하다. 김의성이 정부 부처 실장으로, 강말금이 부처 장관으로, 박해수가 골프장 대표로, 차주영이 골프장 대표 아내로, 최시원이 유명 배우 마태수로 각각 나온다. 하 감독은 “다른 작품 출연이 확정된 박해수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다”며 “출연작 촬영이 연기되면서 마지막으로 합류했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로비에 동원되는 프로골프선수 진 프로로 출연하는 강해림은 캐스팅에 가장 공을 들인 배우다. 하 감독은 “정말 프로선수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얼굴이 덜 알려진 이를 원했다”며 “골프 스윙을 그럴듯하게 하려면 연습 기간이 필요하니 가장 먼저 캐스팅을 했다”고 밝혔다. 마태수는 배우 최민수를 모델 삼아 만들었다. 하 감독은 “대사로 쓰기 위해 최민수 선배가 한 말들을 최대한 조사했다”며 “‘호랑이의 울분을 지닌 사슴’이라는 마태수의 대사는 실제 하신 말”이라고 말했다.

    블랙 코미디라 애드리브가 많이 나올 만도 한데 하 감독은 “철저히 각본대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각본 읽기(리딩) 시간을 오래 가졌다”며 “그때 나온 애드리브는 최대한 각본에 반영해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리듬감 있는 연기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은 이미 촬영을 마쳤다. 역시나 블랙 코미디다. “여섯 번째 연출작도 블랙 코미디를 하게 될 듯하다.” 하 감독은 “영화는 연출할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며 “우디 앨런 감독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오래 동안 영화를 연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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